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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스파이] 첩보영화 공식 깬 전복의 쾌감

영화 '스파이'./이십세기폭스코리아



수잔 쿠퍼(멜리사 맥카시)는 소심한 여자다. 어릴 적 엄마로부터 꿈같은 건 갖지 말라는 말을 듣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소심하고 자존감이 없는 성격이 돼버렸다.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도 그녀의 성격에 영향을 끼쳤음을 빼놓을 수 없다.

교사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수잔은 멋진 일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로 CIA에 들어왔다. 하지만 수잔이 맡게 된 임무는 현장 요원들을 도와주는, 칙칙한 사무실에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 내근직 직원이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3년 동안 연애도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자신의 파트너이자 짝사랑을 하고 있는 미남 요원 브래들리 파인(주드 로)의 작전 수행을 도와주는 것이다.

'007' 시리즈로 대변되는 첩보영화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장르다. 첩보영화가 여성 캐릭터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늘 제한적이었다. 주인공의 조력자가 되거나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넣는 팜므파탈이 되는 것, 두 가지 선택지 외에 다른 대안은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는 이런 첩보영화의 관습을 산산 조각낸다. 세상에 없던 여자 스파이의 이야기로 신선한 충격과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화 '스파이'./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CIA 내부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수잔이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현장 요원으로 투입되면서 벌어진다. 그녀에게는 멋들어진 총도, 최첨단의 무기도 주어지지 않는다. 호신용 호루라기, 무좀 스프레이, 물티슈처럼 하찮은 도구만을 지급받고 현장에 뛰어든 수잔은 그러나 남자 스파이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며 작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간다. 그동안 감춰뒀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은 수잔이 그동안 부족했던 자존감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무척 즐겁다.

기본적으로는 코미디에 방점이 찍힌 영화지만 탄탄한 구성으로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첩보영화로서의 제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캐릭터의 매력이다. 영화를 연출한 폴 페이그 감독과 다른 작품으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멜리사 맥카시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비호감에 가깝던 수잔 쿠퍼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낸다. 자신의 외모를 놀리는 남성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작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며 수잔의 감춰진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허세로 가득한 요원 릭 포드 역의 제이슨 스타뎀도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 큰 웃음을 만들어낸다.

'스파이'가 첩보영화의 공식을 깬 것은 단순히 주인공의 성별을 바꿔놓았기 때문은 아니다. 영화는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당당하게 일어선 여성들의 연대를 그려냄으로써 기존 첩보영화의 관습을 완벽하게 전복시킨다. 첩보영화 세계에서도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활약할 수 있음을 '스파이'는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지만 다소 성적인 대사가 등장한다. 미국식 유머가 많이 등장하는 만큼 'SNL 코리아' 작가들이 번역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친 의역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5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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