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국회 빈손파행, 개헌도 연금도 '청와대 손바닥'
공무원연금에 발목이 잡혀 시급한 현안이 5월국회로 미뤄지자 여야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4월국회가 파행으로 마감한 다음날인 7일 여야는 해법을 모색하는 대신 책임공방을 벌여 또 다른 비판을 불렀다. 상대당과 당내 반대파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공방이었지만 특히 청와대에 대한 공격이 두드러졌다. 청와대는 여야의 협상 직후 판을 깨놓고도 정치권이 각 당의 유불리와 이해관계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책임정치는 사라지고 책임 '추궁' 정치만이 난무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 기공식에서 "정치와 정치권은 각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을 둘러싼 각종 책임론을 모두 여야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었다.
국회는 청와대를 공격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 대표자를 포함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서 어렵게 합의하고, 또 여야 대표가 모여서 추인하면서 '책임지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보증한 내용을 오로지 대통령이 말 한마디로 뒤집었다"고 말했다.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며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개혁 협상의) 논의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하는 등 다 알고 있었는데, 개혁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중에) 이를 청와대와 따져보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로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는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고별사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실패의 근본적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목했다. 그는 "경험적 측면에서 승자독식구조, 즉 우리나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소통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도 만나보고, 야당을 7년차 하고 있는데 구조 자체가 소통에 친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여당은 청와대 대변인 노릇, 야당은 투쟁하지 않으면 기회가 오지 않는 나라"라며 "어느 분이 국회의원 되더라도 그것은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사람을 갈아치우자고 하는데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 내 대표적 개헌론자다. 그는 개헌 역시 청와대에 막히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 원내대표와 논의는 그만하고 이제 (개헌을 추진)하자고 했고 (두 사람) 다 마음이 있었다"며 "그 속내를 대통령에게 용감하게 전달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개헌론이 불거질 때마다 경제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며 반대해 왔다. 지난 1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활력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