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망치 손실 예상 불구 1분기 당기순익 205억원
90%대 손해율 등 추가 개선안 필요
메리츠화재가 구원투수로 영입한 김용범(사진) 사장이 취임 첫 분기에 시장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전사적인 희망퇴직과 효율성을 높인 조직개편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1분기 2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감소한 수치지만 시장 전망치인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이번 실적에는 지난 3월 실시한 희망퇴직비용(450억원)과 장기보험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200억원) 등 비경상적 요인 740억원도 반영됐다.
이 기간 매출액(원수보험료)도 1년 전보다 8.9% 증가한 1조3743억원을 기록했다.
이 증가율은 5대 손보사 중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 증가율은 삼성(1.7%), 동부(8.0%), 현대(8.4%), LIG(3.4%) 등이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는 김 사장의 강력한 체질개선이 실효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업계의 우려 속에서 희망퇴직으로 전 임직원의 15.8%에 달하는 406명을 구조조정했다. 임원의 연봉도 평균 20% 낮췄다.
희망퇴직과 동시에 대면영업 채널의 지원조직 단순화와 영업 강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지역본부→지역단→영업지점의 3단계 조직을 지역본부→영업지점으로 단순화했다. 기존 '7본부 40지역단 38신인육성센터 232지점'도 '11본부 39신인육성센터 220지점'으로 개편했다.
또 전문적이고 표준화된 고객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객지원파트를 신설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법률리스크 대응력 확대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 기능은 소비자보호파트에서 준법감시파트로 이관했다.
이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권대영 전 삼성화재 고문을 영입하기도 했다. 권 전 고문은 이달부터 메리츠화재에서 신채널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일회성 손실비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투자수익율이 9%에 달하는 등 순익을 거둔 것 자체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이달부터는 복장자율화제도를 시행하고 문서작성 최소화, 불필요한 회의시간 줄이기 등 전사적인 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용범 효과를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이하 자보) 손해율이 여전히 높고 지난분기 일회성 이익 비중도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메리츠화재의 장기위험 손해율은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상승한 90.3%다. 자보 손해율도 90%대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자보의 적정 손해율이 77%인 점을 감안하면 13%포인트 이상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회성 이익이 많았던 점도 우려된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투자한 자산 처분이익(배당수익으로 인식) 약 485억원이 반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개선과 전사적인 효율화 작업이 효과를 보기에 1분기는 짧은 시간"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