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통과때 국민은 눈 뜬 장님이었다
국회 '빈 껍데기' 법안공개제도…수정안은 상임위만 안다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당시 방송과 신문 등 언론들은 법안을 둘러싼 위헌 논란과 국회 처리 과정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 법안을 직접 읽고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오직 언론이 정한 관점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언론이라고 국민보다 크게 나을 게 없었다. 언론 역시 국회의원들, 정확히는 김영란법에 직접 관련된 의원들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란법이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는 동안 수정된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원안의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다. 수정안은 원안 중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들어내는 등 수정을 거쳤다. 구체적인 수정 내역은 오직 관련 상임위원만 알고 있었다. 국민은 귀동냥만 가능한 눈 뜬 장님이었던 셈이다.
28일 국회 의안 공개업무 담당자는 메트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상임위원회에서 의결을 해서 본회의 단계까지 올리기 전에는 수정안을 의결한 것으로 안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공개가 안되는 것"이라며 "최종 결정된 것도 아닌 상태에서 공개됐을 때는 혼란을 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온라인상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법안을 비롯한 의안들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담당자의 말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의 수정 과정을 일반인은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발의된 법안은 관련 상임위 내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된다. 법안소위는 상임위 내 극히 일부의 의원만이 참여한다. 법안은 법안소위 심사과정에서 대부분 수정되거나 폐기된다. 상임위 전체회의에 올라가서 다시 수정되기도 한다. 중대한 법안들은 특히 이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야 간 대립이 심할 경우 입법 시한까지 논란이 계속된다. 시한 마지막 날 본회의와 상임위가 동시에 열리고, 법안이 상임위 통과와 함께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때도 많다. 이 경우 수정된 법안은 본회의 표결 때까지 전문을 확인할 수 없다. 김영란법도 마찬가지 경우다.
한 법률전문가는 법안의 전문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문구 하나만 달라도 전혀 다른 법안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의미라고 예시를 들기도 했다.
지난 23일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아이유의 주류 모델 광고 출연을 막는 법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이 개정안 역시 상임위에서 수정됐지만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개정안 통과 소식을 처음 전한 언론 역시 상임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