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민참여재판을 마친 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뉴시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 결과 배심원 7명 모두 만장일치로 조 교육감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7:0은 정작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조희연 교육감의 기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날 검찰은 "조희연 교육감이 진위 여부에 대한 어떠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의혹을 빙자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 바른 검증과 선거운동을 위해서는 기소를 통해서라도 후보자 검증을 가장한 허위사실공표가 사라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선 조희연 교육감이 고발당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인 허위사실공표죄이다. 이는 두 가지 구성요건을 가지고 있다. 특정 후보자에 대해 선거의 당선 혹은 낙선을 목적으로 (이 경우에는 고승덕 후보의 낙선이 목적), 다른 하나는 허위의 사실 공표다.
지난해 12월 3일 검찰이 조 교육감을 기소한 이유는 고승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죄'이다. 낮은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해 상대 후보인 고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당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변호인들은 첫 번째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변론했다. 즉, 고승덕의 낙선이 목적이 아니라 시중에 유포된 루머에 대한 후보자의 해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허위 사실임이 밝혀졌어도, 적어도 기자회견을 한 당시에는 이미 뉴스타파 기자의 트윗터에서 나돌고 있는 등 허위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충분히 믿을만한 상황이었다라고 방어했다.
이러한 변론에 대해 배심원의 판단은 달랐다.
첫번째 경우, SNS에서 나도는 의혹의 해명을 요구한 것이라면 후보자의 트윗 계정으로 "의혹을 해명하시오"라고 멘션만 해도 될 일인데, 이것을 굳이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한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다. 더구나 캠프 대변인 정도가 해도 될 이야기를 후보자가 직접 나서서 대규모의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명백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두 번 째 허위사실 공표의 경우에는 허위사실이라도 이게 사실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다. 일단 고승덕의 미국 영주권 문제가 뉴스타파 기자의 SNS에서 불거진 것이고, 이럴 경우 다른 언론사나 기자를 통한 더블 체크(미국에서는 트리플 체크를 권장)를 하고 난 다음에 똑 같은 보도를 확인했다면 사실로 믿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배심원이 보기에 조희연 후보는 SNS에서 취득한 정보를 사후 검증 없이 바로 기자회견까지 이어갔다. 이 점에서 이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했다기 보다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애초에 변호인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라 다만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라고 방어논리를 편 것이 오히려 "허위일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라고 읽히면서 나쁜 결과가 되었다.
이번 결과를 두고 배심원들조차 조 후보가 고 후보에게 사과 하면 끝날 일을 놓쳐서 여기까지 왔다고 안타까워 한다.
재판부 역시 7명의 배심원들이 내놓은 판단에 힘을 보탰다. 판결문에서 검찰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피고인측 의견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기소는 검사에게 주어진 재량권"이라며 "공소권 남용은 미필적이나마 의도가 있어야 하지만 피고인의 주장만으로 검찰이 제량권을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선관위의 경고 조치는 행정처분일 뿐이고, 검찰이 고발인이 제시한 고발 이유 중 사전선거운동과 단일화 후보 명칭 사용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여 기소하지 않은 점과 피고인의 출석 불응으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어 공소기간 만료를 임박해 기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조 교육감의 유죄 선고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공익적 차원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 해명 기자회견을 개최했지만, 최초 의혹 제기자인 최경영 기자가 고 후보에게 사과를 했음에도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미필적으로나마 고 후보의 미 영주권 보유 사실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 시발점이고 이러한 가치를 해치거나 토대를 흔든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취지”라며 “낙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선거인에게 올바른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이를 규제하는 건 선거의 공정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배심원들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들도 평의 결과와 양형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최경영 진술의 신빙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봤다”며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내비쳤다.
또한 “책임을 미루는 건 아니지만 고승덕 후보가 좀 더 빨리 객관적 자료로 해명했다면 이러한 안타까운 선택까지 안 왔으리라는 지적도 해주셨다”며 “다만, 피고인에게 아쉬웠던 점은 고승덕 후보의 해명 이후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없더라도 의혹을 멈추거나 이후에 고승덕에게 사과를 해서 원만히 해결했다면 고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밝혔다.
결국 배심원 전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재판부는 1심에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