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만 30% 이상 순유출
15일 하루새 3224억원 최다
코스피가 봄 바람을 타고 상승랠리를 이어가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투자자들의 환매가 멈추지 않고 있다. 매번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3063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조610억원이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탄 4월 1일부터 17일 사이에 빠져나갔다. 특히 이달 15일 하루에만 3224억원이 순유출됐다. 일일 기준으로 2012년 9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펀드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상승의 원동력인 외국인이 올해 5조300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 주식펀드 환매가 주가 상승을 억누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상승랠리를 이어온 코스피가 지난 21일 8거래일 만에 약세로 반전된 것도 주식형 펀드 환매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투신권은 이날 2099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KB밸류포커스펀드에서 가장 많은 3251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펀드 2304억원, 한국투자네이게이터펀드 2151억원, 신영밸류고배당펀드 1307억원 등의 펀드 환매규모도 컸다.
대신에 중소성장주 펀드로는 자금이 들어왔다.
올해 메리츠코리아펀드와 현대인베스트먼트로프라이스펀드, 동양중소형고배당펀드, 유진인덱스알파펀드 등으로 자금이 유입됐고 최근 들어선 KB 중·소형주 포커스펀드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 중국본토펀드와 유럽펀드의 자금 순유입액이 올해 각각 6696억원과 641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동부차이나본토펀드와 삼성중국본토중소형포커스펀드, 삼성차이나2.0본토펀드 등의 중국본토펀드로 연초 이후 800억∼1000억원씩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유럽펀드 중에선 슈로더유로증권펀드가 올해 4000억원의 돈을 빨아들였고 알리안츠유럽배당펀드와 JP모건유럽대표펀드에도 소폭의 자금이 들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펀드 환매가 국내 증시에 끼칠 영향력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규모 자체가 작아져 펀드 환매액이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코스피 2000선 위에서도 투자 금액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의 차이"라며 "국내 주식 펀드의 환매 강도가 전보다 약해졌고, 저금리 상황으로 투자자들이 주식 자산의 비중을 늘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