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이번 훈련(한미합동군사훈련)때문에 갑자기 중단됐다. 보람차다고까진 아니겠지만 저 때문에 단 하루 훈련이 중단됨으로써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 이 부분을 참작해주셨으면 좋겠다."
서울고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김동아 부장판사)의 심리로 23일 오전 열린 김기종(55·구속)씨에 대한 첫 재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기소된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오히려 보람있는 일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등장한 그는 코와 턱이 덥수룩한 수염으로 뒤덮여있었지만 표정은 매우 밝고 편안해 보였다. 재판 내내 웃음을 보이며 지인들과 인사를 나두기도 했다. 이날 재판 도중 한 남성이 "김기종을 응원한다"고 외쳐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의 변호인은 "초창기 언론에 대서특필된 바와 같이 북한과 연계돼 이 사건을 했느냐 또는 배후에 누가 있느냐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그쪽으로 수사방향을 몰아가려고 했었는데, 이제까지 지켜본 바로는 그런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재판의 중요 쟁점은 피고인이 대사를 살해하려고 그런 행위를 했느냐인데, 미국이 한반도에서 하는 훈련에 감정을 갖고 현장에서 즉흥적·충동적 분노에 의해 벌인, 피고인의 표현으론 일종의 퍼포먼스이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살인미수 외에 공소사실인 외교사절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 측은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하다거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14cm에 이르는 날을 포함해 총 길이 24cm인 과도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왼쪽 손목 등을 수차례 찔러 상처를 입히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다음 재판은 내달 13일 오전 10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