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를 연출하고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각본에 참여했던 오승욱 감독이 '무뢰한'으로 15년 만에 연출로 복귀한다.
오승욱 감독은 1990년대 '그섬에 가고 싶다'의 연출부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으며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인 '초록물고기'의 각본 작업에 참여해 이름을 알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각본에도 참여해 한국 멜로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데뷔작 '킬리만자로'는 조폭들을 주인공으로 현란한 액션을 과잉된 스타일로 담았던 기존 한국 느와르의 전형을 깨고 진짜 같은 깡패들과 형사의 이야기로 현실의 비릿함을 관객에게 전했다.
15년 만에 연출 복귀작으로 선택한 '무뢰한'은 하드보일드 멜로 장르의 영화다. 멜로 이전에 범인을 잡겠다는 목표에 중독돼 선악을 가리지 않는 형사 정재곤(김남길)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애인을 기다리며 세상과 맞장을 뜨는 술집 여자 김혜경(전도연), 무뢰한과 같은 성격의 두 남녀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함께 작업한 전도연은 "남자들의 세계 한복판에 홀로 있는 영화 속 김혜경처럼 '무뢰한' 현장의 나 또한 남자 영화만 주로 만들던 스태프들 한 가운데의 섬 같은 존재였다. 감독님 스스로 여자를 잘 모른다고 말씀하셨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이 김혜경을 표현함에 있어서 행여 남성의 시선으로 대상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내가 연기하는 김혜경을 통해 오히려 그녀를 찾아갔다고 말할 정도로 캐릭터의 시선을 가지고 나와 함께 김혜경을 만들어가줬다"고 오승욱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김남길도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나에게 무한한 신뢰를 실어줬다. '김남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정재곤이 있다'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그 신뢰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무뢰한'은 제68회 칸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다음달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