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65)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의 난관을 해결했다. 이 총리는 '리스트 8인' 가운데 첫 본격 수사대상으로 떠올랐다.
9일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은 사망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인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 총리가 이달 11일 오전 태안군의회 이용희 부의장과 김진권 전 의장에게 10여 차례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밝히라"며 윽박지른 사실이 폭로됐다.
이 총리의 비서관이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4일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다"고 밝힌 전 운전기사 윤모씨에게 취업을 들먹이며 회유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 전 회장은 2011년 5∼6월께 측근인 윤모(52) 경남기업 전 부사장을 통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리스트 8인 가운데 유일하게 금품 전달자가 공개된 셈이다.
공여자와 수수자의 진술이 엇갈리기 쉬운 정치자금법 또는 뇌물 사건의 특성상 배달자는 어느 한 쪽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인이다.
이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이 수사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21일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상대로 '성완종 리스트' 의혹 전반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면서 수사방향을 다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수사팀이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총리는 하루 전 4·19 기념식 때만 해도 "차질 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며 총리직 유지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수사팀이 성 전 회장 차량에 있는 하이패스 단말기, 내비게이션 등을 압수해 당시 성 전 회장의 행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독대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토대로 검찰 수사의 올가미가 옥죄어오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