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가 부패의 원천"…성완종발 개헌론 강풍
정치권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개헌론'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개헌을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학계·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개헌추진국민연대'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전국대표자회의를 열고 '개헌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4월국회에서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헌론자들은 개헌을 통해 부패 사슬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만이 부정부패 척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리스트의 진위를 가리고 연루자들을 처벌하는 식으로는 악폐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는 것만이 부패를 없애는 길이기 때문에 현행 헌법은 고쳐야 한다"며 "이걸 고치지 않겠다는 것은 권력을 이용해 계속 부패를 하겠다는 그런 생각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국회 내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분위기다. 이르면 5월이나 6월쯤에 유럽의 정·관·학계 인사들을 초청해 '한국과 유럽의 헌법과 선거제도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는 여야 의원 155명이 참여하고 있다.
개헌론은 국회 안팎의 폭 넓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권력 핵심의 반대로 인해 좀처럼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요한 고비마다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경제정책 추진에 장애가 된다고 반대했다. 국회 내에서는 친박(친박근혜)이 제동을 걸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봇물"을 언급했지만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번에는 '성완종 리스트'에 친박 핵심들이 거론되면서 박 대통령이 개헌론에 제동을 걸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행 6공화국 헌법은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론이 불거졌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4년임기 대통령 중임제와 정·부통령제가 공론화됐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두고 격론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