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몸들展 연계 강연 프로그램 2강' 지난 강좌스케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미술과 소통…'시민 큐레이터' 길이 열린다
서울시립 교육 프로그램 마련…개인 기획전 기회도 제공
'도전!시민큐레이터' 안내 포스터/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평소 미술 전시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전 씨.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에 다니며 전시를 즐기고 있지만 일방적인 작품 감상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작품으로 직접 전시를 기획하며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씨는 한 커뮤니티에서 일반인도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는 공지를 보게 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공공기관 최초로 다음 달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큐레이터 양성과정을 진행한다. '도전! 시민 큐레이터'로 시민 100명에게 무료로 전시기획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자마자 이미 200여 명이 사전 신청을 했다. 전화문의도 빗발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컸다.
교육을 기획한 추여명 큐레이터는 "요즘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모토의 교육이 많다. 큐레이터만 어렵게 다가갈 필요 있나 생각했다"며 "우리 미술관의 미션 자체가 미술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괴리감을 이 기회를 통해 소통과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20세 이상 성인 누구나이지만, 경력단절 여성과 경력단절 전공자, 어르신과 미술 관련 학과 전공자를 교육 우대 대상으로 한다. 교육 우대 대상으로 100명 중 30명을 선정하고, 나머지 70명은 추첨을 통해 뽑을 예정이다. 이들에게 교육 종료 후 개인별로 '전시기획안'을 제출받아 10명의 시민 큐레이터에게는 전시회 개최 기회까지 제공한다.
전씨는 "큐레이터라는 직업 자체가 학력과 지식이 필요한 일 같아 엄두도 못 냈다"며 "큐레이터의 세계를 알고 경계를 허무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큐레이터 양성과정에 참여하는 이유를 밝혔다.
총 12회로 진행될 교육에서는 정연심 홍익대 교수를 비롯해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 매니저 등이 강연자로 나서 이론과 실무를 결합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관련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기초이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지식은 있지만 실제 경험이 없는 전공자에게는 현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종 기획안은 '전시할 지역의 주민 의견 혹은 공간 특색을 반영해 기획할 것'이라는 조건이 달려있다. 이에 대해 학예사는 "큐레이팅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삶 속에서 연결되는 전시를 기획해 지역의 특색을 파악하고 콘셉트를 잡으면 지역 주민들도 애착을 가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추여명 큐레이터는 "앞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돼 큐레이터 리스트가 확충되면, 시민 큐레이터를 각 미술관과 매칭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신청은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