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가 생존 학생들에게 준 '트라우마'는 어느 정도일까?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은 학생들이 수몰되는 끔찍한 장면을 속수무책 지켜본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이제라도 원인을 규명하고 유가족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고 재난대응 시스템을 정비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정신적 외상 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본지에서는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대한트라우마협회 등 관련 기관의 담당자로부터 어떤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경기도 교육청 치유회복지원단 통해 적극 지원
먼저 경기도 교육청의 이은민 부대변인은 "세월호 사고 이전에 없던 안산교육회복지원단(단장 서남철)이 이재정 교육감 취임후 지난해 7월1일 신설되었으며 한 달 후 치유회복지원단(단장 나경록 장학관)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세월호 생존 학생들에 대한 상담과 치료 외에 형제, 자매 등 친족에 대한 치료를 위해 안산지역에 있는 여러 학교에 지원을 했다."면서 "글로배우는 안전교육이 아닌 체험위주의 교육도 병행하고 있으며 해당 학생이 1명이라도 있는 학교에 상담교사와 교육 복지사를 상근시켜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실종자 256가구, 768명 비롯 타 지역에 심리지원
안산온마음센터(센터장 한창우)의 박혜란 상담사는 "유가족과 안산일반시민의 트라우마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에 대한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 총 35명의 전문인력이 근무하며 전문적인 상담과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 "안산 지역의 유가족, 실종자 256가구, 768명을 비롯하여 타지역 생존자 등의 직간접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에서는 개별상담 및 사례관리 뿐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피해자들의 심리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요가 등 신체적인 이완을 돕는 신체기반 프로그램부터 미술, 음악 등의 예술치료, 더 나아가 바이오피드백이나 EMDR과 같은 외상 전문 치료기법까지 중증도와 수요에 맞추어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
트라우마 회피시 일상생활에 큰 지장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사고 당시 상황이 자꾸 떠오르거나 꿈속에서 당시를 회상하는 재경험,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는 과각성 등 외상후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것을 회피하게 되면서 결국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도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제 때 해소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신체적인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감소하고, 대표적인 스트레스성 질환인 소화기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의 증상 발생이 늘어났다. 알코올이나 담배에 의존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치유 위해 사회적 지지 매우 중요
트라우마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인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일반 국민들도 일종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받았다. 국민들은 세월호를 듣기만 해도 당시의 고통이 떠오르기 때문에 때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외면과 공감이 결여된 오해가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트라우마가 되고 있다.
세월호 피해자들은 1년 동안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채 헛되이 잊혀져 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자 국민으로서 공감을 형성한 사회 안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라면, 피해자들의 아픔을 직면하고 나눠가질 수 있는 집단적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