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IASB 위원장 발언에도 금융위, "현재까진 논의하지 않아"
한스 후거보스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장이 오는 2018년 도입 예정인 보험회계기준 2단계(IFRS4 Phase2, 이하 IFRS4)를 현행보다 2년 미룰 수 있다고 발언해 금융위원회가 이를 수용할 지 주목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후거보스트 위원장은 지난 1일 한국회계기준원과 생명·손해보험협회가 공동 주최한 회계학 국제심포지움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후거보스트 위원장이 IFRS4 도입 연기 발언을 한 이유는 시행 기준서 마련이 지체된 탓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내에 최종 기준서를 채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를 마련하지 못해 빠르면 2016년 1분기 내 최종 기준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IFRS4 도입은 최종 기준서가 확정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시점 이후 첫 회계연도부터 도입해야 한다. 기준서가 2016년 상반기에 확정되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20년에야 IFRS4를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현재까지 IFRS4 도입 연기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IFRS4 연착륙방안에 따라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IFRS4 도입을 2018년으로 보고 IFRS4 도입준비단을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거보스트 위원장의 발언은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내부에서 도입 연기를 위한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무리하게 IFRS4 도입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IFRS4 도입되면 생보사는 당장 2018년까지 35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가 급증해 보험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본이 58조원에서 23조원 규모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매출도 3분의 1로 감소한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IFRS4 도입으로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가용자본이 6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생보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도 평균 115%로 추락, 퇴출 기준인 100%에 턱걸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00%를 밑도는 생보사가 전체 23곳 중 8곳에 달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IFRS4 도입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보험사의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IASB 등이 정부에 강요한 사안으로, 굳이 금융위가 IASB가 연기를 수용하는데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최종 기준서 마련 지연으로 IFRS4 도입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도입이 미뤄진 만큼 업계와 당국이 충분하게 IFRS4 도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스 위원장이 도입 연기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후 IASB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