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 성향 파악해 보험료 책정
선진국서 빠르게 안착, 국내서도 당국·업계 도입 착수
국내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이하 자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운전습관 연계보험(UBI)이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받고 있다.
5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8.3%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 상승한 수치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자보의 적정 손해율은 77~78%로,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록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에 최근 가입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운전습관 연계보험(UBI)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UBI 자보는 차량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차량정보 수집 장치를 부착해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한 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상품이다. 운전자의 운행패턴과 사고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보험료를 산정한다.
기존 자동차 보험료 산정방식이 연령이나 사고경력, 배기량 등을 고려했다면, UBI는 가속·제동·속도·운전시간 등 차량 운행정보를 보험료 요율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가입자는 운전습관 변화를 통해 최대 5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그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UBI 자보이미 유럽과 미국 등 보험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0년 영국 자동차보험시장에 뛰어든 인슈어더박스는 UBI를 활용한 자보를 출시했다. 이 보험이 현지에서 성공하면서 영국은 지난 2009년 1만2000건에 불과했던 UBI 가입건수가 2012년 상반기에만 18만건으로 급증했다. 영국은 오는 2020년까지 UBI보험이 전체 자보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프로그레시브 보험사가 지난 2011년 UBI자보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의 자보 중 UBI 상품의 점유율은 8.4%로 매년 200%가량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당국과 업계에서 UBI 자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창조경제 민관협의회를 열고 KT, 보험개발원 등과 함께 시험차량 운행 데이터를 분석한 뒤 올해 말부터 UBI 상품을 본격 개발하기로 했다. 흥국화재도 지난 1월 KT와 UBI와 관련 보험상품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올해 들어 자보 손해율이 진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UBI보험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개인정보를 활용한 상품이다보니 당국에서 얼마나 이를 위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입 초기 막대한 비용의 지원과 수요자 조사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