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9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다음달 미국 의회 연설과 8월 아베 담화 발표와 관련해 "이런 올해 두 차례의 계기가 일본에 하나의 시험대가 아닌가 하며 만약 이런 기회를 놓치게 되면 그것은 일본 리더십에 큰 손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방영된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역사인식 문제는 한국 정부만의 관심사는 아니며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이 과거 독일지도자들이 했던 것처럼 분명한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는 컨센서스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 대해 "연설이 성사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외교 목표가 아니다"며 "이런 계기에 분명한 역사인식을 표명해서 한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일본의 새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새로운 일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이를 통해 아시아와 세계에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호기로 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대화 자체를 위한 대화보다는 한 발이라도 나아가는 진전된 회담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다양한 채널로 역사문제를 포함한 현안에서 진전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 조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사실 일본 정부도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중요한 계기에 양자 협의차원서 얼마든지 우리 생각에 맞는 제안이나 구상을 던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역사 문제에 집착한다든가 하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면서 "양국간 중요한 문제와 (역사문제는) 분리해 나가면서, 그러나 과거 일본 지도자가 취했던 역사인식에서 후퇴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장관은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에 미국이 부정적 인식을 보였던 것과 관련해 "우리가 미국의 입장을 너무 의식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냐, 이런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미국 등 여타 이해국도 우리가 기다려준 데 대해 상당히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AIIB에서 부총재나 상임 이사를 맡는 문제에 대해 "설립 협정에서 논의될 문제로 국내총생산(GDP)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그런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역량이 있다고 본다"면서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