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가 심상찮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1.75%로 인하한 이후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말 그대로 가계가 보유한 부채다. 보통 기준금리가 내리면 은행 대출금리가 따라 내리면서 대출 규모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로 떨어지고 있어서 가계부채가 더 빨리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모두 1089조원이다. 지난해 은행 대출을 통해 늘어난 가계 빚만도 39조원에 이른다. 이런 흐름은 올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3조7000억원이 늘어 역대 2월 증가폭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다음달 중 가계빚이 1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가계가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 2012년말 159.8%에서 지난해 3분기(7~9월)에 163.6%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보다 꽤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주요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오는 2020년 초부터 급속히 악화될 것"이며 "장기 저성장으로 가계부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이날 발표한 '아시아에서의 부채와 금융업 부담'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무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위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지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동안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해 가계 대출시 채무부담 능력을 면밀히 심사해야 한다. 또 신규 대출을 가급적 억제하는 등 가계부채가 적정 규모를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말이 아닌 구체적인 '액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