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양사를 합쳐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지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 한 해 내수시장 점유율은 41.3%를 기록했다. 기아차(28.0%)를 합치면 점유율은 69.3%에 달하지만 한때 80% 육박했던 점유율이 70% 밑으로 내려온 것은 두 업체가 합병한 199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서도 점유율은 7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1월 점유율은 38.1%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기아차도 27.8%로 지난 한 해 점유율보다 소폭 하락했다. 2월 역시 설연휴에 따른 조업 및 영업일수 감소 로 현대차는 전월 대비 7.0%, 기아차의 경우 전월 대비 3.8% 감소했다.
점유율 하락은 수입차들의 공세와 다른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SM5 노바 등 완성차업체의 신차 판매 호조, 반 현대차 정서, 신차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판매 부진을 타개할 만한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1∼2월 내수 판매실적을 보면 쏘나타(1만4213대·39.3% 증가)를 제외하고 나머지 차종은 모두 작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부진했다.
특히 올들어 야심 차게 내놓은 부분변경 모델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고객 시승 행사에서 이들 모델은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판매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8일 국산차 가운데 처음으로 7단 더블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탑재한 '2015년형 엑센트 디젤'을 내놨다. 그러나 엑센트의 두 달간 판매량은 239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2%나 줄었다.
또 지난달 중순 세계 최초로 엔진음 조절기를 단 신형 벨로스터를 출시했지만, 올 들어 벨로스터 누적 판매량은 202대에 그쳐 오히려 16.2% 감소했다.
7단 DCT를 탑재하고 새 엔진을 단 중형 디젤차 i40도 판매 실적에 기여하지는 못했다. i40의 1∼2월 판매량은 작년보다 6.2% 감소한 379대에 불과했다.
출시 당시 월 18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던 아슬란 역시 두 달간 2124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쌍용차가 티볼리가 출시 한달 보름 남짓에 연간 판매목표의 25% 달성하고, 르노삼성이 SM5 노바와 SM3 네오 등 신차를 앞세워 내수시장에서 선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4월 중 6년 만에 3세대 투싼ix를 출시해 최근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지만, 한발 뒤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다.
주력모델인 신형 아반떼 역시 올 하반기에나 출시될 예정이어서 한동안 현대차의 '신차 비수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수입차 공세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 모델에 다양한 엔진을 장착한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쏘나타에 2.0 가솔린, 2.4 가솔린, 2.0 LPi, 2.0 하이브리드, 2.0 터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1.7 디젤 모델까지 7개의 엔진 라인업을 갖추는 식이다. 차종을 최소화해 제작의 부담을 줄이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눈높이를 충족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엔진 다양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신차 출시 계획을 짜는데 있어 전략이 부재했던 것 같다"면서 "엔진라인업도 르노삼성 SM5 가 모든 라인업을 갖추고 이미 대대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한발 늦은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