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인기 배우 리암 니슨이 광고 모델로 출연한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 한 장면. /슈퍼셀
# 지난 2일 열린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 제49회 '슈퍼볼'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광고는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이었다. 이 광고에는 영화 '테이큰' 시리즈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출연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슈퍼볼 TV 중계 광고 단가는 30초 기준 450만달러(약 48억원) 안팎이다. 1초 광고에 1억6000만원이 들어가는 슈퍼볼 광고에 클래시 오브 클랜은 무려 1분짜리 광고를 송출했다. 리암 니슨 모델료와 촬영비를 합치면 광고 송출까지 투입된 비용은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모바일 게임 업계가 블록 버스터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스마트폰 시대 주수익원으로 떠오르자 광고 물량이 급증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보다 모바일 게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마케팅에 불이 붙은 원인 중 하나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근래 들어 모바일 게임 광고가 늘어난 것은 '클래시 오브 클랜' 영향이 크다. 이 게임이 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 광고를 대대적으로 집행했고, 결국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 사건 이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공격적인 광고로 대항하며 순위 지키기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춘 스타 이종석이 모델로 발탁된 '포코팡'.
해외 모바일 게임의 매서운 국내 진출과 모바일 게임 신작 홍수 속에서 게임 광고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과 온라인 채널에서만 유통되던 게임 광고는 이제 공중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연말 네이버 라인은 '라인 디즈니 썸썸'의 공중파 광고를 진행했다. 광고 모델은 인기 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이유리(35)였다. 김현지 네이버 홍보실 대리는 "광고가 나간 뒤 게임 인지도가 높아졌고 게임 이용자 수도 증가했다. 지상파 광고는 종료됐지만 온라인 광고 영상은 꾸준히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10월 모바일 퍼즐 게임 '포코팡' 출시 당시 이종석(26)을 모델로 발탁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광고 단가가 높은 주말 예능 프로그램 시간에 텔레비전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덕분에 '포코팡'은 출시 5개월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국내 스마트폰 게임 히트작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 마케팅 여력 없는 중소 게임사 난항
대형 모델 없이 게임 콘텐츠만으로 승부를 거는 광고도 있다.
네시삼십삼분(4:33)은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와 '영웅'의 공중파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모바일 게임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블레이드'의 경우 '칼 갈아요~칼'이란 광고 카피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영웅'은 텔레비전 광고 이후 신규 이용자가 약 90만명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텔레비전 광고를 시작한 '모두의 마블'.
넷마블게임즈는 '세븐나이츠'와 '모두의 마블'의 공중파 광고를 집행했다. 지난 2일부터 전파를 탄 '모두의 마블'의 경우 15초 분량으로 게임 대표 캐릭터들이 상대방 요새를 파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앞서 이 게임은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출시되자마자 구글플레이·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1위에 올랐다.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에서도 현지 모바일 게임 인기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반응 속에 모두의 마블은 글로벌 6000만 다운로드 및 1000만 일일 게임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공중파 광고 노출도 가입자 확보와 인지도 제고 성격이 짙다.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모두의 마블 광고는 이번달 28일까지 주요 공중파 채널 및 케이블 방송, 라디오 황금시간대에 전파를 탄다"며 "광고 말미에는 게임 인기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쿠폰 번호를 공개해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바일 게임 광고 전쟁 속에 중소 게임사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한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인기 상위권에 오른 게임들은 대부분 광고를 많이 한 작품들이다.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순위권에 오르기 힘들어졌지만 자본이 부족한 회사는 계속 뒤처지는 상황"이라고 게임업계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광고를 집행하는 대형 게임사도 속마음은 편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은 화려하지만 실수익은 크지 않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유료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얻는데, 수익대비 광고 지출이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게임 가입자 증가가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광고를 크게 벌인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