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땅공회항, 뒤처리는 누가하나?
"니들이 고생이 많다." 2009년 인기있던 개그 코너의 유행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진짜로 고생이 많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조 전 부사장은 사태 수습을 잘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그들의 고생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2일 조 전 부사장이 국토교통부 조사에 출석할 때 사측은 다수의 직원들을 투입해 현장을 통제시켰다. 직원이 보디가드인가 싶었다.
조 전 부사장 같은 재벌 3세의 일탈로 인한 직원들의 뒤처리가 처음은 아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조카이자 신준호 푸르밀 회장 장남 고 신동학씨의 음주운전사고, 마약, 폭행,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촌 최철원씨의 '맷값 폭행',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의 '보복 폭행' 등 크고 작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그룹 직원들의 고생은 줄 곧 있었다. 사고 치는 사람, 수습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셈이다. 이 그룹은 주주들은 그 만큼 회사를 위해 노력할 기회 비용을 잃어 버리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대한항공과 한진칼 두 상장사의 시총은 2359억원 감소했다. 유가하락이란 호재 속 주주들은 씁쓸할 따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SK, 현대중공업, 삼성, 한화, 현대 총수 일가 지분율은 각각 0.5%, 1.2%, 1.3%, 1.9%, 2.0%다. 지분에 비해 그들의 영향력은 과하다.
재벌 3세의 일탈에 직원들이 주주들의 이익은 뒤로한 채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회사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해야할 직원들이 쓸데없는 고생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주주들의 잃어버린 기회비용은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황찬수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