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 전국적으로 1만5000가구가량의 새 아파트가 분양된다. 비수기로 꼽히는 1월에는 보통 5000가구를 전후해 공급돼 왔지만 올해는 분양시장 훈풍과 부동산3법 통과 호재가 맞물리며 예년의 배가 넘는 물량이 쏟아지게 됐다.
2015년 전체 공급물량은 약 40만 가구로 조사됐다. 대우건설이 역대 최대인 3만여 가구의 물량을 확정했고, GS건설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1만7800가구를 공급키로 했다. 다른 건설사들 역시 1만~2만 가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새 아파트가 쏟아지는 데는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청약1순위자 증가가 예상되면서 분양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최근 몇 년간 주택사업을 포기하다시피 했던 건설사 입장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분양시장 회복세가 지난 2009년과 닮아 있다는 데 있다. 당시 MB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확대했고, 지방 미분양에 대해 LTV도 완화했다. 또 취득세·양도세·종부세 등 감면하고, 전매제한도 단축했다.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로 크게 위축됐던 분양시장은 2009년 재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때의 성공은 2년 뒤 더 깊은 불황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입주를 포기한 계약자들로 불 꺼진 아파트가 속출하고, 잔금이 받지 못한 건설사들의 발목까지 잡았던 것.
실물경기 회복 없이 규제 완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부양한 부동산시장은 투기꾼만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한다. 지금 분위기에 휩쓸려 마냥 공급을 늘이다가는 이들 아파트가 입주하는 2016년 이후 다시 한 번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우려는 건설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분양 시기를 정하는 여유로운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