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전문사 실적 저조…종합보험사로 변경 추세
금융당국이 여행자보험 등 전문화된 특정상품만을 판매하는 전문보험사의 설립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이들 전문보험사의 시장 안착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 인가제도를 변경해 특정 보험만 판매하는 전문 보험사가 설립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운영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보험사를 설립하려면 여행자보험과 관계된 상해(자본금 100억원)·질병(100억원)·도난(50억원)·배상보험 (50억원) 등 4가지 보험종목에 대한 인가를 전부 취득하려면 무려 3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했다. 이는 종합손해보험사 설립요건과 맞먹는다.
여행자보험만 판매하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보니 전문 보험사의 등장이 힘들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의 경우 직접적으로 전문보험사 설립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며 "이번 인가조건 완화로 포화상태에 이른 보험시장에서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전문보험사의 설립과 국내시장 안착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이하 자보) 전문사의 최근 영업악화는 대표적인 사례다.
온라인 자동차 전업 보험사인 현대하이카다이렉트가 10년 만에 모회사인 현대해상으로 흡수 통합된다.
통합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다. 현대하이카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보 외에도 운전자보험 등 스스로 전문보험사를 포기하고 실적개선을 꾀했지만 결국 올 상반기까지 통합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더케이손해보험은 최근 치매환자 간병 등에 대비하는 보장성 상품을 출시하는 등 자보 비중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AIG손해보험은 최근 보장성 상품에서 벗어나 저축성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등 보험사들이 최근 상품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가 저금리 기조 유지와 정보유출 등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일 판매채널과 단일 상품으로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업보험사에서 종합보험사로 전향하는 곳이 많다"며 "전업보험사의 설립요건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종합보험사들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영업망을 확보하면 시장에서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