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주식시장의 환율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강세와 유가 급락 여파에 주요국 환율이 요동치면서 주식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환율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JP모건글로벌FX변동성지수는 전날 9.53(중간값 기준)을 나타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자 약 1년4개월 만의 최고치다. 직전 고점인 지난해 8월 30일의 10.40 돌파를 눈 앞에 뒀다.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내세워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공격적인 엔저 정책을 내세운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일본 증시는 일찌감치 상승 탄력을 받았다.
특히 최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0엔대까지 진입하면서 올 들어 닛케이평균주가와 토픽스지수는 각각 9.34%, 10.27%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요 며칠새 중국도 환율전쟁에 가세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증시 과열에 따른 투기자금 유입을 차단할 목적으로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담보물의 신용등급 기준을 발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고 중국 증시에까지 여파를 미쳤다.
지난 8일 3000선을 돌파하며 호조를 보이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5% 넘게 급락하면서 5년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수출 모멘텀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위안화 약세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며 "중국 경기를 고려할 때 당분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각국의 정책과 대내 리스크가 연달아 불거지면서 주요국 환율이 갈지자 행보를 그리고 있는 데 있다. 최근 국제 유가의 급락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종료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중국과 그리스발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졌고 엔저 현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날 엔·달러 환율이 급락(엔화 강세)했고, 여기에 동조해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 불안감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달러가 하락세를 잇는 가운데 중국과 그리스발 대외 리스크로 인해 엔화가 강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회복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중국 위안화 강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율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의 추가 경기부양책 등이 가시화되면 내년에도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올해 못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