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남미까지 보폭 넓히는 '수쿠크'…한국 '오일머니' 붐에서 빗겨난 이유는?
이슬람금융시장의 대표 상품인 이슬람채권 '수쿠크'가 미국과 남미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멕시코 시장까지 보폭을 넓혔다. 비이슬람 서방국 중에서 영국을 시작으로 룩셈부르크,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도 수쿠크 발행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은 관련 안이 수년째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현지 시장 진출도 더뎌 전 세계적인 '오일머니' 붐에서 한 발짝 빗겨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통한 수쿠크 발행을 검토 중이다.
이는 중남미 시장의 첫 수쿠크 사례가 될 전망이다. 페멕스의 구체적인 발행 날짜와 규모는 조율 중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년간 비이슬람권에 속하는 나라들이 속속 수쿠크 발행에 착수했다.
영국이 올해 6월 서방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2억파운드 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하고 자국 수도인 런던을 이슬람금융의 중심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서 2010년쯤부터 사모채권 형태로 수쿠크를 발행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공모채권을 내놨다.
당시 수쿠크 채권의 응찰률은 10배를 넘어서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국은 내년에도 유럽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의 수쿠크 발행을 예정 중이다.
룩셈부르크도 지난 9월 말 2억유로 규모의 첫 수쿠크 발행을 완료했다.
홍콩과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비이슬람권으로서 수쿠크 발행국 행렬에 가담했다.
일본의 대형 은행인 도쿄미쓰비시 UFJ는 말레이시아 자회사를 통한 올해 내 발행이 임박했고 프랑스의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도 발행을 추진 중이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9월 5억달러 규모를 발행할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수쿠크 발행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풍부한 무슬림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에 관련 시장이 기존 중동 시장이나 이슬람금융 허브인 동남아시아 시장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지로 확장됐다. 호주, 필리핀, 방글라데시도 최근 발행 의지를 밝혔다.
이슬람개발은행(IDB)과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수쿠크 발행액수는 지난 2008년 149억달러(약 16조)에서 2009년 233억달러(약 25조)로 증가했고 매년 10~15%씩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올 들어서는 372억달러(약 40조)로 1년새 16% 늘어났다.
반면 한국은 이슬람금융의 흐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9년 수쿠크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2011년 논의가 무산된 뒤 답보 상태에 있다.
수쿠크는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투자자에게 이자 대신 부동산 임대료나 배당 등 배당금의 형식으로 수익을 배분한다.
이때 배당금에 각종 세금이 부과되므로 다른 외화채권과의 경쟁하려면 채권의 투자 수익에 조세 특례가 적용될 필요가 생긴다.
발행에 반대하는 종교계 측은 수쿠크에만 조세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한편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수쿠크 발행을 추진했다가 2011년 샤리아 논란으로 지연을 겪은 골드만삭스가 최근 공식 발행을 발표한 것을 두고 향후 분위기 반전을 예상하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증권업계에서는 저성장 기조에 업황 부진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쿠크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남아 이슬람금융시장 등지에 국내 증권사가 바로 진출하기엔 제도적인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수쿠크 역시 분명 큰 새로운 시장이며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므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