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로 13억 중국 거대시장의 빗장이 열렸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협상 개시이후 30개월만에 전격 타결되면서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손익계산서를 다시 뽑고 주판알을 빠르게 튕기고 있다. 여기에 중국 FTA 역사상 통신서비스에 대한 별도 협정문 체결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국내 통신 사업자들도 현지 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 삼성· LG 등 현지화 총력전
삼성과 LG는 중국 공략을 위해 현지 정서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 등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 무료로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잡지를 볼 수 있는 소비자 체험관인 '삼성 갤럭시 라이프 스토어'를 처음 오픈했다. 구매력 있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를 출시하며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 최고 실력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을 올 들어서만 세 차례나 만났으며, 지난주에는 마카이 중국 부총리를 만나 중국 내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의 이 같은 전방위 노력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잡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수 없다는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14개의 생산법인과 2개의 판매법인을 운영 중인 LG전자는 현지 특화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올해 초에는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49형에서 105형에 이르는 8종의 울트라HD TV 라인업을 선보였다. 중국 특화제품인 '꽌윈II 울트라HD TV'도 선보였으며,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도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출시하고 있다.
중견 가전 업체들도 중국 진출길이 열려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에 판매 법인을 두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유위니아의 경우 이번 협상으로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공략하고 있다"며 "FTA 타결로 제조업 관세율이 점차 낮아질 경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출 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유위니아는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 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양문형 냉장고와 딤채, 프라우드 브랜드로 중국 중산층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 중국 13억 통신시장 빗장 풀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통신 부문에서는 현지 시장 개방 및 무역장벽 완화가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한중 FTA 협상에서 통신서비스 시장 개방은 서비스 장에서, 무역장벽 해소 등을 비롯한 통신서비스 관련 규범은 통신 장에서 각각 다뤄졌다.
특히 두 나라가 통신서비스 분야를 서비스 협상 내에서 별도로 다뤄 독립 챕터 형태의 협정문을 체결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미래부는 전했다.
처음으로 통신서비스에 대한 별도 협정문을 체결한 만큼 통신 부문이 양국 서비스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지 통신시장의 규제 장벽을 낮추는데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정문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차별금지, 규제 투명성 확보 등이 명시됐다. 예를 들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이동통신사업자가 차이나텔레콤이 보유한 통신망을 이용할 때 요금·서비스 등에서 현지기업과 비교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을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양국은 통신서비스 시장 개방 수준(양허)과 관련해서는 2단계 협상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신 부문의 전체적인 이해득실 평가는 양허 협상까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