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엔저' 노리는 日 추가 양적완화…수출주 출렁
GPIF 벤치마크 변경은 신흥국 증시 '호재'
일본이 미국 양적완화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국내 증시에 엔저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일본 업체들과 수출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와 화학주가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다만 일본 국민연금격인 '공적연금펀드(GPIF)'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 발표는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일본발 유동성이 글로벌 증시로 흘러들 기대감이 높아졌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나란히 6% 안팎의 급락을 나타냈다. LG화학, SKC 역시 6%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실적 부진으로 바닥을 다지다가 최근 반등할 조짐을 보이던 국내 자동차·화학 업종에 엔저 우려가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주말(31일)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규모를 현행 연 60조~70조엔에서 10조~20조엔 늘린 연 80조엔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또 BOJ가 보유한 국채 잔존만기를 7~10년으로 확대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펀드(J-REITs)의 연간 매입액도 각각 3조엔, 900억엔으로 3배씩 늘리기로 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추가 양적완화 시기를 앞당긴 '깜짝' 시행이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전략 이사는 "당초 BOJ가 연말이나 내년 초 추가 조치를 단행하리라 예상됐는데 지난 주말 이를 발표했다"며 "타이밍상 감지되지 않은 상태여서 시장이 놀랐다"고 설명했다.
BOJ의 조치에 글로벌 증시는 화답했다. 일본 증시가 4.8% 급등했고 유럽과 남미 증시도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간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나란히 1% 넘게 올라 올 들어 각각 19번째, 35번째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하락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세를 보이며 장중 1950선 밑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신 이사는 "글로벌 투자자금 가운데 한국 주식을 팔아 일본 주식을 사는 수요가 나타났다"며 "엔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대표 수출업종들이 약세를 보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눈은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쏠렸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반대로 인해 ECB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본의 조치 가운데 신흥국 증시에 호재가 될 만한 내용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추가 양적완화 발표와 함께 GPIF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국내채권 비중을 현행 60%에서 35%로 낮추고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비중은 기존 12%에서 2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GPIF의 벤치마크를 종전 'MSCI 선진국지수-Japan'에서 'MSCI 전세계(AC World)지수-ex Japan'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는 GPIF의 투자자금이 신흥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국 BOJ와 GPIF의 조치를 종합하면 안전자산인 채권을 줄인 만큼 위험자산인 주식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또 지금까지 자국 내 시장에 돈을 풀던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시장에 돈을 푸는 셈이라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가 다시 시작되면서 엔저가 본격화됐다. 3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12.99엔까지 오르며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가 상대적인 강세에 접어들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4.1원 오른 1072.6원에 마감했다.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두드러질 경우 경기 우려감으로 국내 시장에서 금리 추가 인하 요구가 커질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