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국민연금 운용인력 100여명 뽑는다…"전문가 없어" 아우성
국민연금이 늦어도 내년까지 100여명에 이르는 운용인력을 뽑는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증권사 직원들이 수천명씩 감축된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마땅한 국내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결국 넘쳐나는 국내 인력풀을 활용하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시각이 제기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나 늦어도 내년까지 100여명의 운용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전날 한국재무학회와 국민연금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등이 공동 주최한 심포지움에서 "내년에 내국인 65명과 현지인력 4명 등 순수 운용역만 69명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총 인력은 현 210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채용 계획을 반기는 분위기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최근 증권사 구조조정과 맞물려)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때보다 더 좋은 인력을 국민연금이 활용할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인력풀 확충에서 가장 시급한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마땅한 국내 전문가를 찾을 수 없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해외 대체투자는 부동산·인프라 등 실물자산과 사모투자, 헤지펀드 등을 포함한다.
해외 대체투자는 해외 투자 건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연계해 딜소싱(Deal Sourcing·프로젝트 발굴)을 하고 리스크 등 사후관리를 해야하므로 상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캐나다 최대 연기금인 연금투자위원회(CPPIB)에서는 대체투자 위험관리 인력만 50여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국민연금에서 대체투자의 일종인 해외사모펀드를 담당하는 직원은 6~7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단순히 인력 규모만 늘린다고 국민연금의 운용능력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양영식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은 "이를 20명으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결국 딜소싱 능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업계에서 해외 딜소싱과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캐나다 CPPIB처럼 외국인도 (과감하게)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기금 내 한국인만 채용하는 시스템 하에서는 고연봉의 업계 스타 플레이어를 고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대체투자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인해 국민연금의 전체 적립금(426조9000만원)에서 대체투자(40조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9.4%까지 올라섰다.
국민연금은 이 비중을 내년까지 1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체투자 확대는 전세계 연기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글로벌 대형 연기금의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7%에서 2012년 17%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박스권 장세에서 국내 연기금들은 주로 대체투자를 해외 시장에서 찾는 형편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채용 계획에 대해 증권업계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 출신 우수 인력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