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3년여 만에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3분기에 4조1000억원(잠정실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올해 2분기(7조1900억원)보다 42.98%, 작년 같은 분기(10조1600억원)보다 59.65% 감소한 실적이다. 특히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위기에 강한 DNA를 지니고 있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위기 신호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 마지노선 지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4분기(4조6700억원)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3분기 매출액은 47조원이다. 매출액도 2분기(52조3500억원)보다 10.22%, 작년 동기(59조800억원)보다 20.45% 줄었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5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2분기(47조6000억원)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공시된 삼성전자의 잠정실적(가이던스)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최근 한달간 22개 증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인 4조4756억원보다 낮은 것이다. 매출액도 에프앤가이드의 전망치(49조6052억원)를 밑돌았다.
그러나 한때 일부 증권사들이 3분기 영업이익을 3조9000억원대로 내다본 최악의 전망치보다는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4조원이라는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 지속과 업체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같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4분기 실적 회복 가능성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큰 폭의 성장을 힘들 전망이지만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에는 북미지역 쇼핑주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후해 TV 부문의 성수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이고 스마트폰 신제품의 판매 신장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품 차별화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 OLED 패널 등 부품사업 확대, 메모리 사업 강화 등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부문의 치열한 경쟁여건에서 중장기 지속성장을 위해 신소재를 활용한 스마트폰 신제품과 디자인을 혁신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중저가 신제품 시리즈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단통법으로 시장 상황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말기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말기 판매 비중이 단통법 시행 이전 70%에서 9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대리점 및 판매점을 통해 판매되는 스마트폰 10대 중 9대가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이동통신사에게서도 나타났다. KT는 80%까지 늘어났고 LG유플러스도 50%에서 75%까지 증가했다.
◆ 장기적 성장 동력 준비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를 감지하고 일찌감치 이를 준비했고, 실제 행동에 나섰다. 스마트폰 사업에 투입된 일부 인력을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하는 등 변화된 경영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특히 세계 최강인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를 앞세워 또다른 성장 엔진인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평택고덕산업단지에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조성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반도체 사업 강화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삼성전자는 미래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한국, 미국, 영국 등 11개국에서 가전, TV, 스마트폰 등 가전기기와 IT기기를 통합 플랫폼으로 연동시키는 '삼성 스마트홈'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기기 시장에도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