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2위 은행의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또 다시 유로존 재정위기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증시가 출렁이면서 한국경제에도 영향이 어느정도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밤인 10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가 출렁인 데 이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포르투갈이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던 상황에서 다시 위기론이 불거졌다.
지난 5월 3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한 포르투갈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도 통과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BES의 지주회사인 에스피리토 산토 금융그룹(ESFG)이 스위스은행 고객에 대한 단기부채 상환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 5월 BES의 모회사인 에스피리토 산토 인터내셔널(ESI)의 13억유로 규모의 회계부정이 적발된 상황에서 악재가 겹친 것이다.
포르투갈 은행의 투명성 의혹이 불거졌고 다른 계열사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우려도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일 성명에서 "포르투갈이 위기 타개 능력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포르투갈 금융 시스템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현지 증시에서 BES의 주가는 장중 17% 급락해 거래정지됐다.
BES의 지주회사인 에스피리토 산토 금융그룹(ESFG)의 주가 역시 9% 넘게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BES의 유동성 우려를 감지하는 움직임은 있었다.
ESFG와 BES의 주가는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9일 모기업인 ESFG의 신용등급을 기존 B2에서 Caa2로 세 단계 하향조정했다.
당시 무디스는 ESFG에 대해 "그룹 재정상태와 ESI와의 연결고리 등에 대한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강등 사유를 밝혔다.
◆"유로존 위기 재발 악몽"에 글로벌 증시 약세
포르투갈발 금융불안이 확산될 우려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출렁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2% 하락했다. 개장 초 폭락했다가 낙폭을 점차 좁혀나갔다.
유럽 주요 증시도 급락했다. 영국 증시가 0.68% 떨어졌고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52%, 1.34% 하락했다.
특히 유로존 위기의 진앙지가 된 주변국 채권시장이 바로 영향을 받았다.
포르투갈 채권 10년물 금리가 4.01%로 전 거래일보다 0.21%포인트 올랐고 그리스 10년물도 6.298%로 0.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또 그리스 3년 만기 국채 발행에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절반가량인 15억유로만 몰렸다.
국내 증시도 포르투갈발 우려를 피해가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11일 기관의 순매도세에 14포인트 넘게 떨어져 1988.74에 거래를 마쳤다.
장초반 1990선을 내주며 1989.5로 출발한 뒤 장 내내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나타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42%)만 소폭 올랐고 일본 니케이225지수(-0.34%)와 홍콩 항셍지수(-0.02%), 대만 가권지수(-0.72%)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금값과 함께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6원 오른 101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시장 불안 확산에 원화는 달러당 1.7원 오른 1015.1원에 출발해 점차 고점을 높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장중 102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0원선대로 진입했다. 이날 오후 3시 50분 현재 100엔당 1005.77원으로 오전 6시 종가보다 5.89원 상승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포르투갈발 우려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3시 50분 현재 국고채 선물 3년물 금리가 2.583%로 0.007%포인트 하락했고 국고채 5년물은 연 2.775%로 전 거래일보다 0.012%포인트, 10년물은 3.070%으로 0.015%포인트 하락했다.
◆유럽증시 하루만에 반등 출발 "단기이슈로 끝날까"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유럽이 또 다시 재정위기 우려에 휩싸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이 과거 재정위기를 거쳐 금융불안에 대처할 다양한 안전장치 시스템을 만들어놨으므로 과거와 같은 충격은 덜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도 적극적인 경기부양기조로 가고 있으므로 유럽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펀더멘탈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권규백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난 밤 미국증시가 개장 당시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장중 낙폭을 좁혀 결국 0.4%대 하락으로 마감했다"며 "미국증시에 끼친 여파 등이 크지 않으므로 포르투갈 우려가 단기이슈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이날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후 개장한 유럽 주요 증시 역시 포르투갈 이슈를 극복하고 하루 만에 반등세로 출발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0.24% 상승한 6688.43으로 거래를 시작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각각 0.13%, 0.20% 상승세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