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원안의 영화 '통증'에서 여자 주인공(정려원 역)은 한 번 피가 나면 멈추지 않아 작은 통증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받는 인물이었다. 피가 나면 금방 멎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선천적으로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된 '혈우병' 환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혈우병 환자들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상처는 물론 아주 작은 타박상만 입어도 근육·관절 등에서 통증을 동반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0명 정도가 혈우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제8 응고인자가 결핍된 혈우병 A 환자가 전체 혈우병 환자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혈우병 치료를 위해서는 부족한 혈액응고인자, 즉 혈우병 치료제를 꾸준히 투여해야 한다. 안전성과 효능, 편의성의 삼박자를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직접 치료제를 지정하기도 한다.
영국·호주 등 7개 나라에서 혈우병 A 치료제로 화이자의 '진타(사진)'를 국가 단위 치료제로 지정한 것이다. 혈우병 환자들은 치료제를 정맥으로 주입하기에 B형이나 C형 간염, HIV 등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진타는 진보한 혈우병 치료제로 꼽힌다.
제조공정 전 과정에서 사람과 동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배제했으며 '합성 펩타이드 친화성 리간드'를 사용해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성을 줄였다. 또 감염물질 제거를 위해 두 번에 걸친 정교한 정제기술을 더했으며 용매·세제 나노여과법을 추가로 적용했다.
더욱이 진타는 편의성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원래 혈우병 치료제는 주사제와 치료제를 재구성 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했다. 진타는 이 과정을 안전하고 간단하게 줄인 'R2 키트(Rapid Reconstitution Kit)'를 도입해 별도의 재구성 과정 없이 한 번에 용제와 바이알을 섞을 수 있는 '올인원' 타입의 제형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 필요량에 따라 용량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한편 현재 진타는 유럽과 미국·캐나다·중국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화이자는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진타의 출혈 억제 효과를 꾸준히 입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