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시장의 인식 속에서도 또 한 번 추동력을 발휘해 역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표인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7000선 고지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갔으므로 다우지수가 연내 더 오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미국의 출구전략 시기가 다가오면 주식시장이 조정받을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 중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2.02(0.54%) 올라 17068.2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각각 0.55%, 0.63% 상승했다.
먼저 미국의 경제지표가 대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중에 푼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고용과 물가 중 고용지표가 두드러진 개선을 보였다.
이날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6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지난 달 실업률은 6.1%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으로 촉발된 위기와 실업 사태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는 지난 6월 28만8000개 증가하며 5개월 연속 2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행진을 이었다. 이는 1990년대말 정보기술(IT) 붐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이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도 살아날 움직임을 보였다.
6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연간 환산으로 8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고 주택 거래 추이를 알려주는 잠정주택매매지수는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증시의 강세는 두 요인이 이끌고 있다"며 "먼저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으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점이 영향을 줬고 두 번째로 옐런 연준 의장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힌 점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고 설명했다.
◆시장 "미 증시 더 오른다"에 베팅…내년 출구전략이 고비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방송의 경제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다우지수를 1만6000선에서 1만7000선으로 끌어올린 것은 카테필라·디즈니·인텔·머스크·시스코 등 5개 기업"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 국면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의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펜실베이나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다우지수가 연말까지 1만8000선을 넘을 것"이라며 "1만9000, 20000선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시겔 교수는 연내 낙관론의 근거로 미국 연준의 저금리 기조를 꼽았다.
다만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단행하면, 증시가 향후 반년에서 1년새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시겔 교수는 "다우지수가 20000~2만1000선까지 오른다면 단기적으로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은 조정받기 전 정상 가치보다 높게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우려는 인플레이션 여부다.
시게 교수는 "낮아진 실업률이 근로자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유가가 더 오르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은 "대체로 미국 금리 인상 1년 전에 강세장이 나타나곤 했다"며 "금리 인상시기를 내년 4~6월로 예상하므로 올해 2분기 말가량부터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규모를 점차 줄이고 있는 것도 고려 요인이다.
올해 1분기 S&P500;지수 기준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154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연준의 통화완화정책과 기업의 높은 현금 보유 상황 속에서 저성장 국면의 미국 증시의 반등 동력으로 작용했다"며 "그러나 올해 2분기부터는 기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액 추가 확보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