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펀드 올 들어 3조 넘게 이탈
가치주 선호는 '여전'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3조원 넘게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가치주 선호 현상은 여전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19일 기준 3조2214억원 줄어들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웃돌 때마다 대거 쏟아져나오던 환매 행렬은 차츰 잠잠해지고 있으나 하루 평균 200억~500억 수준에서 자금이 순유입되거나 순유출되는 양상은 지속되고 있다.
유형별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치주 선호 현상이 계속됐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결과 최근 6개월간 가치주 펀드에는 테마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1조1372억원(20일 기준)이 순유입됐다.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이 기간에 자금이 많이 몰린 유형은 롱숏펀드(8026억원)와 배당주펀드(5559억원) 정도다.
특히 지난해 가치주 펀드와 함께 인기를 끈 롱숏펀드가 올 들어 정체 국면에 들어선 것과 달리, 가치주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비오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 두 유형에는 1년 넘게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러나 지난해 평균 8%의 수익을 내던 롱숏펀드의 경우 올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지난 5월부터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1개월간 롱숏펀드에서는 2141억원이 순유출됐으나 가치주(3082억원)의 자금 유입 행렬은 이어졌다.
가치주 펀드의 성과 역시 안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2.49%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롱숏펀드(-0.12%)와 대조적이다.
다만 가치주 펀드 상품 중에서는 차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와 신영마라톤펀드 등은 인기 몰이를 지속했으나 KB밸류포커스증권자펀드의 경우 올 들어 4010억원가량 큰 폭의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치주 중에서 특정 부문에 집중하는 소위 '스타일'이 있는 상품들이 최근 탄탄한 면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비오 연구원은 "기업 성장세나 밸류에이션과 같은 개별 요소에 집중하거나 '여성쇼핑' 등과 같은 특정 카테고리를 가진 가치주 펀드 상품의 성과가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향후 펀드 시장의 무게 중심이 가치주 위주에서 수출주 중심의 대형주로 서서히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다우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6월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순매수를 보이고 있으나 코스닥시장에서는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향후 경기 회복으로 주식시장 상승 기대감이 커진다면 대형주 펀드로 자금이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