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판매·운용보수 비용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저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환매시 수익률에서 차감되는 각종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투자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외국에 비해 비용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궁극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펀드의 총보수비용률(TER)은 지난 2월 말 0.83%로 역대 최저치를 찍고서 3월과 4월 말에도 0.84%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업황이 좋았던 2007년 1.72%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TER은 펀드의 운용·판매·수탁에 드는 펀드보수와 거래수수료 및 회계감사 비용 등에 들어가는 기타 비용을 모두 합쳐 산출한다.
따라서 TER을 통해 펀드의 순자산에서 펀드 운용기간에 계속 투입되는 제반비용의 비중을 알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 환매시 제하는 각종 수수료가 적을수록 펀드 수익의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갈 수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펀드 수탁고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보수 비용이 하락하는 것은 향후 자산운용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투협에 따르면 미국의 펀드 보수 비용은 국내주식형펀드과 마찬가지로 평균 1%대에 수렴한다.
그러나 미국 주식형펀드의 수탁고는 지난 13년간 4조달러(약 4000조원)에서 7조달러(약 7000조)까지 불어난 반면, 국내주식형펀드는 지난 2007년 말 140조원에서 지난해 말 80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경우 운용하는 펀드 덩치가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더 저렴한 보수 비용을 매길 여유가 생긴 셈이다.
반면 한국은 2009년 이후 자산운용사 수가 2배로 늘어난 상황에서 펀드 환매 행렬까지 멈추지 않자 고객 모집을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인하 경쟁에 몰입한 측면이 강하다.
펀드 투자기간 측면에서도 한국은 2~3년 단기투자가 많지만 미국은 10년 이상 장기투자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미국은 펀드 투자금액과 투자기간에 따라 보수 비용에 대한 각종 할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수준의 보수 비용까지 낮아지는 것"이라며 "10년 이상 장기투자 조건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미국과 국내 보수 비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선진시장의 펀드 보수 비용은 한국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영국의 경우 선취판매 보수만 3.5% 수준이며 운용보수가 따로 적용된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의적으로 펀드 보수 비용을 올리기엔 경쟁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펀드 신상품의 보수 비용을 아무리 높여도 업계 평균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