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품 논란에 주춤했던 미국 기술주 주가에 '어닝 서프라이즈'란 희소식이 찾아왔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분기 실적이 개선된 국면을 보여주면서 애플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와 관련 업종들도 덩달아 수혜 기대감이 일었다.
23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애플과 페이스북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7.7%, 3.4% 상승했다.
지난달 말로 끝난 애플의 자체 회계연도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1.62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0.18달러를 1달러 넘게 웃돌았다.
페이스북은 1분기 순익이 주당 25센트로 전년 같은 기간의 주당 9센트의 3배에 육박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좋아진 실적 외에도 애플과 페이스북은 주주정책이나 사업 방향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애플은 실적 발표와 함께 7대1 주식분할을 승인했다. 오는 6월 500달러가 넘는 애플 주식 1주가 7주로 쪼개지면 소액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팔기 쉬워진다.
분기 배당금은 주당 8.2달러로 전년보다 8% 늘리고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지난해 600억달러에서 900달러로 확대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은 미 경기호조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고 있다"며 "이를 주주들에게 환원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의 선순환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며 금융업 진출을 모색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아일랜드에서 e머니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아일랜드 중앙은행이 승인하는 대로 이르면 다음달 유럽 전역에서 쓸 수 있는 자체 전자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는 사람끼리 e머니를 주고 받고 국외 송금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구글의 '구글 월렛'에 이어 페이스북도 금융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금융투자업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애플과 트위터, 아마존 등 IT기업들의 정보력과 접근성이 금융 부문과 결합한다면 기존 자산운용업계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투자상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 기술주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살아나면서 국내 수혜 업종에도 관심이 쏠렸다.
애플이 올 하반기 내놓을 '아이폰6'이 전작과 같은 양호한 판매량을 기록한다면 애플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이 같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애플의 최대 LCD 패널 공급업체인 LG디스플레이, 아이폰6 백라이트 공급업체인 이라이콤, 맥북 에어와 아이패드에 구동회로칩을 공급하는 실리콘웍스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국내 SNS 시장은 해외 공룡 IT업체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결제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산 SNS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모바일 지갑'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IT기업의 금융업 진출 장벽을 적극 걷어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당국의 규제가 엄격해 이 같은 흐름이 당장 활성화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