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0% 넘는 급성장을 거듭해 온 상장지수펀드(ETF)가 본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서는 등 추가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이용국 증권상품시장부 부장은 지난 10일 거래소 주최로 열린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전략' 세미나에서 "국내 ETF 시장의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이 8100억원으로 설립 첫해인 2002년에 비해 24배 늘었다"며 "다만 상품 유형별 거래대금 비중을 보면 해외지수 관련이 0.9%에 그치고 상품은 0.1%, 통화·부동산 관련은 전무해 향후 이 부문의 시장을 집중적으로 키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일본 토픽스지수와 중국 H주(홍콩 상장 중국법인)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 상품을 상장할 예정이다. 유로존 12개국의 상장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유로스톡스 50 ETF도 추진 중이다.
거래소는 앞으로 전 세계 모든 기초자산을 토대로 한 ETF 상품을 선보여 국내 ETF 시장이 글로벌 자산관리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거래소가 해외에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펀드 투자자들의 선호도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펀드시장에서 국내 자산을 기피하고 해외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주식·채권 모두 해외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의 자금 동향만 봐도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64조2230억으로 전 분기보다 1조5380억 줄어든 반면, 해외주식형펀드는 19조3210억원으로 3980억원 늘었다. 국내채권형 역시 전 분기보다 1조4180억원 감소했으나 해외채권형은 6890억원 증가했다.
펀드 수익률도 큰 차이가 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아·태평양 지역의 ETF 가운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ETF와 천연가스·금·곡물 등 상품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이 10~20%대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국내 상장한 ETF 역시 해외 농산물이나 금에 투자하는 ETF가 10% 안팎의 수익을 거뒀고 국내 투자상품으로는 코스닥·자동차·반도체에 투자하는 ETF가 4~5%로 그나마 예·적금 금리를 웃돌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지수 ETF 상품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과세 문제를 정부와 협의해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며 "해외 유명 ETF를 국내 시장에 상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김현정기자 hjki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