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불황에 시달리던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초대형 공룡 증권사가 탄생한 반면, 실적 악화로 연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증권사도 10여곳에 달한다.
우리금융지주는 11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보험)'를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8822억원을 기록한 농협증권의 자기자본이 우리투자증권(3조4670억원)과 합쳐지면 총 4조3492억원으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달 동양증권이 대만 위안다증권에 넘어가고 우리투자증권 매각도 마무리되면서 이제 국내 증권업계에 남은 M&A '대어'는 현대증권 정도가 남았다.
현대증권은 산업은행이 직접 매각 주관사로 나서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등 중소형사도 매물로 나와있으나 업황 불황에 마땅한 진척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증권사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사업을 접거나 구조조정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곳도 속출했다.
먼저 우리투자증권도 농협금융 인수라는 희소식도 잠시에 그치고 조만간 대규모 인력과 조직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무성한 상태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은 점포 통폐합을 결정했거나 논의 중이고 삼성증권은 이날 점포 통폐합과 더불어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최대 500여명의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11년 만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라지는 곳도 늘었다.
애플투자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 절차를 거쳐 폐업했다. 코스피200 주문실수로 대거 손실이 발생한 한맥투자증권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금융당국도 증권업계의 구조 재편을 독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한계 증권사의 퇴출을 유도할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8일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개선을 발표하면서 대형사의 투자 여력은 늘리고 중소형주는 전문·차별화로 특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 62곳의 국내 지점 수는 1534개로 전년보다 8.36% 줄었고 임직원 수 역시 4만2802명으로 5.9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