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지난해 크게 출렁였던 동남아시아 펀드가 올 들어 활짝 웃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일면서 증시도 호조를 보였다.
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펀드 36개 중 3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플러스 성과를 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증권A[주식]'으로 연초 대비 20.17% 올랐다. '미래에셋베트남증권투자회사 1(주식혼합)종류A'도 18.67% 상승하는 등 베트남 펀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인도네시아 펀드의 수익률도 호조를 보였다.
'삼성인도네시아다이나믹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파생형]_A'와 'NH-CA인도네시아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Class Ce'가 올 들어 각각 19.41%, 19.33%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인니말레이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도 9.91%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의 높은 경제성장 기대감이 증시를 떠받친 영향이 컸다.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의 VN지수는 최근 거래량 급증과 함께 2주째 상승했다. 하노이거래소의 HNX지수 역시 2주 연속 올라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 17일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는 소식 등이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 역시 최근 강세를 나타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시장 기대치를 넘어선 5.8%로 예상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동남아의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세가 탄탄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동남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5.4%씩으로 지난 10년간 연 5.5%씩 유지하던 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동남아인들의 소비 패턴과 수준이 한국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가는 경향도 보인다"며 "동남아의 내수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중산층 인구가 4억명으로 현재의 두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베트남 펀드에서 쪽박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동남아 펀드에 투자하길 꺼리는 측면이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되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베트남 VN지수가 2009년 10월 말 이후 처음으로 600선을 웃돌면서 차익실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각종 호재가 증시 강세 분위기를 뒷받침하겠지만 외국인의 '팔자'세 지속과 차익실현 부담 등으로 VN지수가 600선 위에서 조정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증시도 미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급격한 자본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태다./김현정기자 hjki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