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장을 양성화할 목표로 개장한 KRX금시장이 금 현물이 금융투자상품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예상치 못한 법적 난관에 부딪혔다.
현행 자본시장법 상에는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지금(순도 99.99%)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에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 금 실물을 확실하게 금융투자상품으로 못 박아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매출액 공개를 꺼리는 실물사업자들이 KRX금시장 참여를 관망하는 상황도 나타났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중 증권사 9곳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모임을 열고 금융당국에 금 거래에 대한 법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증권사는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금지금 위탁매매 주문을 받아 KRX금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향후 랩어카운트나 신탁상품과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으며 향후 금지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채권(ETN), 파생결합사채(ELB) 등 투자자의 입맞에 맞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의 예탁 대상에 금지금 포함 여부가 모호해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현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어음'과 '예탁원이 필요를 인정하는 것'을 예탁 대상으로 한다. 금 현물이란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증권사들은 금 현물이 후자에 속할 수는 있으나 이를 확실하게 정해야 추후 분쟁 발생할 시 증권사가 의도하지 않은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래소 금시장운영팀의 김학겸 차장은 "증권사들의 거래 금지금은 모두 예탁원의 보관 및 인출을 거친다"며 "증권사들이 혼란의 여지를 아예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물사업자들이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KRX금시장 참여에 주춤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개장 사흘째를 맞은 KRX금시장은 첫날에만 1.34% 상승했고 직후 2거래일은 내리 약세를 기록했다.
이날 금지금은 전 거래일보다 0.37% 하락한 4만6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첫날 종가 4만6950원에 비교해 900원 가까이 하락했다.
기존 금 시장은 음성거래가 만연한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꼽혔다. 업체들이 세금계산서가 없는 무자료 금을 이용한 거래를 주로 삼아 탈루가 쉬웠다.
따라서 업체들이 KRX금시장을 통해 거래할 경우, 매출액에 급작스럽게 증가하면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KRX금시장의 거래량은 개장 사흘간 점차 줄었다. 첫날 2억8000만원을 찍고서 25일 1억9000만원, 26일 1억3000만원으로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한 것과 달리, 실물사업자들의 참가는 미미했다. 거래소 회원으로 등록한 회원사는 57곳에 달하지만 개장 첫날 실제 거래한 곳은 증권사 7곳과 실물사업자 3곳에 불과했다.
실물업자들은 KRX금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한 업체에 대한 보상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만 국세청 등 정부의 관련 언급이나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고 업계와 당국간 입장 차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