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액주주 보호' 요구가 봇물터지듯 제기되면서 상장사의 주주총회 풍경이 달라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활성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올해도 상장사들은 한날한시에 대거 주총을 개최하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았다.
올 들어 삼성전자, 현대차 등 12월 결산 상장사 116곳이 지난 14일에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했고 오는 21일에도 무려 662개 상장사의 주총이 몰려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총의 집중이 주주들의 참여를 어렵게 해 기업 주도의 의안 통과를 수월하게 한다고 봤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금융당국의 행정 편의주의도 이를 부추긴다"며 "사업보고서를 주총 승인 이후에 제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정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지에서 주총은 보통 두 달에 걸쳐 나뉘어 열린다"며 "우리나라와 달리 사업보고서를 주총 전에 주주들에게 미리 공개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주총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가 주총 전에 발표되면 주주들도 내용을 자세히 살펴 의결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주총 쏠림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배경에는 소액주주들의 무관심도 한몫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구소는 "외국에서는 기관을 대상으로 한 투자자 소송이 잦은 데 반해 국내에서는 기관에 문제제기를 하는 개인이 없다"며 "장기투자를 유도해 개인의 관심도를 높이고 전자투표를 도입해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전자투표제는 기업들의 집단 거부로 외면받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주총에 참석할 수 없는 주주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우리나라에는 2010년 도입됐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제를 신청한 일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페이퍼컴퍼니인 선박투자회사 6곳과 국내 상장 중국기업인 씨케이에이치 1곳 정도만 이를 활용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섀도 보팅'이 폐지될 예정이므로 전자투표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섀도 보팅은 미참석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고 의안결의와 정족수를 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소수 경영진이나 대주주 중심으로 주총 상정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악용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섀도 보팅 폐지를 앞두고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주총도 서로 다른 날짜에 분산 개최해 주주들의 참석률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