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둘러싼 정치권 싸움에 우리금융이 적자쇼크를 겪고 투자자들도 혼선을 빚는 사태가 벌어졌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에 연결 기준 5377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고 28일 정정공시했다. 지난 6일 28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으나 26일 당초 예상했던 경남·광주은행 분할 기일이 미뤄지면서 세금 등 관련 비용이 실적에 대거 반영된 정정 실적을 발표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2월 26일 개최한 임시 이사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계열사 경남·광주은행의 분할기일을 당초 3월 1일에서 5월 1일로 2개월가량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같은날 열린 2월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따른 여파다.
조특법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경남·광주은행 분할로 발생하는 법인세 6500억원을 면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 처리가 불발되면서 우리금융은 4분기 실적에 오는 5월 납부해야 하는 이 세금을 회계상으로 선반영하게 됐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과 팬택의 워크아웃 신청 등에 따른 충당금까지 2200억원 추가로 반영되면서 우리금융 적자 폭은 더 커졌다.
갑작스러운 일정 지연에 주식시장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우리금융 선물 및 옵션은 국회의 조특법 처리와 이에 따른 경남·광주은행의 3월 1일 분할을 기정사실화하고 27일 상장폐지 됐다. 그러나 분할 기일 연기 소식이 26일 장 마감 후 전해진 탓에 상폐를 번복할 수 없게 됐다.
또 선물 상폐에 이어 거래정지 수순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주식은 그대로 정상적으로 매매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기일이 5월 1일로 조정됐으므로 분할 신주는 5월 22일 재상장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금융 선물·옵션은 우리금융 재상장 다음날인 23일 될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소는 아직 우리금융 선물의 신규 상장일을 발표하고 있지 않는데 기업 분할 진행 절차상의 불확실성으로 행정적 번복을 피하기 위해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영화 절차 지연은 우리금융 실적 악화 등 결국 주가에 부담을 주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금융은 정치권 싸움으로 민영화가 지체되는 것에 강력한 대응으로 맞섰다.
우리금융은 28일 늦은 오후에 이사회를 열고 민주당 기재위원과 새누리당 경남지역 의원·정부에 대한 소송 등 법적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특법 개정이 무산돼 경남·광주은행 분할이 무산되면 향후 우리은행의 매각 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서 나온 조치다.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좌초되면 투기성 자본인 사모펀드가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치권은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국회 재정위원회는 조특법을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취임 전 트위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조특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재정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간 정쟁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경남·광주은행 분할 기일이 8월 이후로 미뤄져 사실상 매각이 불발할 우려도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