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가면 70~80%를 육박하는 단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이쯤 되면 전셋값에 몇 천만 원만 더 보태 차라리 집을 살 만도 한 상황이다.
실제 전세를 구하러 왔다가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해 결국 매매로 돌아서는 사례도 최근 부쩍 늘었다는 게 일선 중개업자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전체 전세 수요자 중 매매로 전환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고, 여전히 상당수가 전셋집을 찾아 헤맨다고 한다.
이처럼 불과 몇 천만 원만 대출을 받으면 어엿한 집주인이 될 수 있음에도 세입자들이 전세난민을 자처하는 이유는 빚에 대한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일 터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전세자금대출 이용자의 1인당 평균 금액은 5700만원에 이른다.
결국 전셋값에 이미 6000만원에 가까운 빚이 포함된 세입자들에게 4000만~5000만원만 추가로 대출을 받으라는 말은 1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 집을 사라는 말이 되는 셈이다. 조금만 더 보태면 되는데도 세입자들이 집을 사지 않는, 아닌 못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세제·금융·공급 등이 총망라된 부동산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결과 주택시장 안정의 기틀을 닦았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이 1.1% 하락, 전년보다 내림폭이 줄었고, 거래량은 15.8% 증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10만 가구에 9조3000억원의 빚을 풀어 인위적으로 집값을 떠받들고 거래를 유도한 것을 정상화라고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자가도 아닌, 전세에 살면서 빚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 전세안정 관련 성과는 사실상 전무하다.
우리나라의 자가 비율은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국민의 절반은 자기 집은 없다는 말이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의 초점을 '매매'뿐 아니라 '전세'로도 돌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