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경기가 '콜록' 하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신흥국 금융위기에 떨고 있던 세계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일제히 급락세를 연출했다.
4일 코스피지수는 미국발 한파에 맥 없이 1890선이 붕괴됐다. 장 초반부터 1900선이 무너지자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이후 하락폭이 확대돼 결국 전 거래일보다 1.72% 내린 1886.8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89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 28일(1884.52) 이후 5개월만에 처음이다.
특히 외국인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6032억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576억원과 2198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춘제 연휴로 휴장한 중국, 대만을 제외하고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증시는 4%대 폭락하며 4거래일째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18% 하락한 1만4008.47로, 토픽스는 4.77% 떨어진 1139.27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225 지수는 약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토픽스는 8개월여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처럼 세계 증시가 하락한 것은 신흥국 금융위기 불안과 중국 경기 둔화에 이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 온 미국 경제마저 흔들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간밤에 발표한 미국의 제조업지수가 화근이 됐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 1월 제조업지수가 51.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56.0)를 크게 밑돈 것이며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다. 한마디로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발표 이후 시장에선 "미국 경기가 과연 회복세에 들어섰냐"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됐다.
ISM 제조업지수는 미국 400대 제조업체 구매 담당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를 지수화한 지표다.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한국 수출에 6개월 정도 선행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와 증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 증권가 "당분간 코스피 반등 어려워"
증시 전문가들은 "제조업지수 악화는 결국 국내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 코스피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은 경제 기초체력 자체가 다르다'는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지지선을 1850으로 낮춰 잡아야 한다"며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지수가 당분간 탄력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코스피가 이달 중 추가 조정될 수 있다"며 코스피 하단으로 1850을, 상단으로는 1970을 제시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까지 하락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음 주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내정자의 청문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양적완화 축소, 금리 인상 등에 관한 온건한 발언이 나오면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