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일동제약이 임시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녹십자가 최근 일동제약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최대주주인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측(34.16%)과의 지분율 격차를 5% 이내로 좁혔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수년째 '단순투자'로 밝히던 지분 보유목적도 이번에 '경영참여'로 바꿨다.
이에 시장에서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막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했다.
일동제약의 2대주주로 떠오른 녹십자(29.36%)가 일동제약 지분 9.99%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인 피델리티와 손 잡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동제약 측에서는 녹십자의 경영참여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일동제약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주사 전환을 통한 기업분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2000년대 초 지주사로 전환한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에 반대한다면 스스로의 경영활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은 이어 "합의없는 시너지는 어불성설"이라며 "녹십자가 무리한 차입을 통해서까지 주식을 매집한 의도가 우호적 협력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동제약은 오는 24일 지주사 전환 등을 논의하는 임시주총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일동제약은 지난 12월 승인 절차를 거쳐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를 확정하게 된다.
지주사 전환이 임시주총에서 통과되면 일동제약 주식은 다음달 말 거래정지된다.
이후 일동제약은 3월에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기업분할을 실시하고 4월 초에 분할 재상장을 추진하게 된다.
현 일동제약은 투자 부문의 종속법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녹십자가 임시주총에서 '반대' 표를 행사하고 피델리티도 가세할 경우, 일동제약의 이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지주사 승인이 통과된다는 전제 하에 분할상장 등의 계획이 예정돼 있다"며 주총에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녹십자 측에서는 시장에서 제기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대해 "앞서나가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는 기대감을 표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는 백신·혈액제재 등 바이오 부문에 특화돼 있고 일동제약은 일반 및 전문 의약품에 강점이 있다"며 "일동제약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강한 영업력이 녹십자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과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지속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델리티의 입장이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관측됐다.
증권가에서는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결합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녹십자는 자사가 취약한 일반의약품 부문의 시장점유율을 이번 M&A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증권사의 연구원은 "지난해 한독약품이 태평양제약의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인수하기도 했으나 일동제약-녹십자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며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적대적 M&A 기대감에 주가가 들썩이고 있어 당분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증시 전문가는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경우의 수가 많다"라며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주가가 올랐다가 내리는 양상을 보이므로 개인투자자들은 추격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동제약의 주가는 사상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22일 오전 10시 54분 유가증권시장에서 일동제약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0원(0.61%) 오른 1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녹십자의 16일 공시 직후 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전날 종가 1만65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서 더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