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코스피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좁은 박스권에서 보합권 움직임을 보이는 등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관망세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테이퍼링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큰 손들이 신흥국 자금을 대거 빼내면서 신흥국 증시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다.
다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다른 신흥국 대비 한국 금융시장은 덜 충격을 받을 쪽에 '베팅'을 유지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도이치방크가 신흥 아시아 9개국에 대해 자금 이탈 시 충격 위험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6위에 올라 상대적으로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보다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위는 필리핀,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였고 한국 다음으로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였다.
도이치방크는 위험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경제지표 가운데 '경상수지적자'를 적용했다. 경상수지적자는 그 나라의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졌음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인 경기 상황에서는 자산가격 흐름이나 외국인 투자에 가려 있다.
타이무르 바이그 도이치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미국의 테이퍼링 가능성 언급만으로 동남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은 이들 국가의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며 자체 자금조달 가능 여력을 알아보려면 경상수지적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역시 올초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쇼크'에서 보듯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 우려가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한국의 수출이 예전처럼 늘어나진 않겠으나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테이퍼링으로 자금 이탈이 나타나도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셈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은 대미의존도가 높은데 올해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국내 기업의 수출 증가율은 7%에 그칠 것"이라며 "엔저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의 저공비행이 당분간 불가피하지만 다른 경쟁국에 비해 수출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은 8.7배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14.1배), 미국(15.5배), 신흥국 평균(10.5배)에 비해 모두 낮다"며 "한국과 다른 신흥국의 펀더멘탈 성장세, 내수 부양 기대감 등을 고려하면 저평가된 것으로 보며 이런 밸류 격차가 더 벌어질 요인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현정기자 hjki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