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가 밝은 지 일주일 만에 한국경제가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 빠졌다. 외국계 증권사가 올 들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8조원대 후반으로 후려치며 시장에 충격을 안긴 것이 무색하게,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낮은 8조원대 초반으로 나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관련 IT부품 등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줄줄이 하향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가뜩이나 원고·엔저 현상이 심해지며 일본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IT는 물론,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주의 실적이 종전처럼 질주하지 못할 우려가 높아졌다.
7일 국내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의 스타트를 끊은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59조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으로 6.1% 줄어들었다.
8조원대 영업익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 증권사들의 종전 예상치는 10조원 안팎의 수준이었다. 올 들어 외국계 증권사인 BNP파리바가 8조7800억원으로 전망치를 대폭 후려치고 나서야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치도 9조원대로 겨우 내려왔다.
줄줄이 실적 발표를 대기 중인 주요 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있는 176개 상장사 중에서 102개사(58.0%)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6일 기준으로 한달 전보다 평균 6.7% 하락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면서 IT종목 중 삼성테크윈(-24.8%), 아바텍(-24.7%), 삼성SDI(-24.5%), LG디스플레이(-23.9%), 삼성전기(-17.9%), LG전자(-17.0%) 등의 영업익 전망치가 이미 대폭 하향조정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SDI, 삼성전기, LG전자 등에 대한 목표주가도 속속 낮춰잡기 시작했다.
IT와 더불어 대표 수출업종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2조2661억원으로 한달 전 2조2998억원에서 1.5% 줄어들었으며 기아차는 2.0% 감소했다.
이에 시장의 눈은 내수로 돌아갔으나 대내 상황이라고 더 낫지 않다.
건설업종만 해도 올해 상반기에 4조50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 폭탄을 처리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4조원을 웃도는 회사채를 상환한 건설사들은 한숨 돌리기 무섭게 또 다시 더 큰 상환 압박을 마주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다음달 3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SK건설은 3월까지 18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며 GS건설과, 두산건설은 상반기 안으로 각각 5000억원, 2500억원을 막아야 한다. 동부건설 역시 상반기에 11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이들 업체들은 건물 등 자산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 자금 등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가 순조롭게 돌아가려면 내수 중심으로 민간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경기가 바닥에서 탈출했으므로 올해 민간 영역이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전세계적인 경기회복 국면에서 수출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지만 원·엔 등 환율 여파로 채산성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