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를 둘러싼 보건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11일 총파업 출정식을 여는 의료계에 이어 최근 약계도 결의대회를 통해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우선 의료계가 정부와 입장 차이를 확인하며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원격의료와 의료 민영화 등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출정식을 통해 총력 투쟁의 로드맵을 결정한 후 이에 대한 회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다.
이런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가 먼저 대화를 시도했다. 지난 3일 열린 의협 신년 하례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계 수장들과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것. 하지만 간담회는 복지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문 장관은 "정부와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노환규 의협 회장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 없이 논의만 하자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노 회장은 "예정대로 총파업 출정식을 거쳐 휴진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파업 의지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한약사회도 정부에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약사회는 지난 5일 약국 법인화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전국 분회장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 로드맵을 발표했다.
약사회는 영리법인 약국을 반대하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으며 로드맵을 통해 법인약국 및 의료 민영화 저지를 위한 투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단체·야당·보건의료단체와 연대해 의료 민영화 반대 프레임에 동참하는 한편 1월 중순에는 법인약국 저지 특별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향후 체계적인 투쟁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부터 시작되는 지역 약사회 정기총회에 국회의원과 시·군·구청장을 초청해 법인약국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동시에 법인약국 추진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약사회는 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해 법인약국에 대한 전국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오는 4월 전국여약사대회, 5월 전국약사궐기대회를 잇따라 열고 총력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법인약국은 의료 민영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특별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인약국 도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국민에게 법인약국이 무엇인지 실체를 알리는 것이 투쟁의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기존 정책을 그대로 추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기자회견문을 통해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에 대해 업종별로 관계 부처 합동 TF를 만들어 이미 발표한 규제 완화 정책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계획들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미 발표된 투자 활성화 대책인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약국 영리법인 등 관련된 보건의료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이 추진되면 원격의료,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약국법인 등 보건의료계가 우려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의료 민영화가 아니다"며 "투쟁보다는 논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의료 민영화를 둘러싼 정부와 보건의료계의 깊어지는 갈등이 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