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0년 세계 7대 제약 강국 도약' 선언, 국산 신약 20호 종근당의 '듀비에정', 셀트리온의 '램시마' 유럽 진출 등 올해 제약업계는 지난해 일괄 약가인하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희망과 기대를 만났다. 하지만 잇따른 불법 리베이트 사건과 두 얼굴을 가진 정부의 약가 정책으로 제약업계의 숨통은 더욱 조여졌다. 다시 날고 싶었지만 결코 날 수 없었던 제약업계의 2013년을 돌아봤다.
◆바람 잘 날 없던 제약업계
2013년 초 제약업계의 이목은 당시 '청'에 불과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쏠렸다. 박근혜 정부의 조직 개편으로 청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처'로 격상된 것. 불량식품 근절과 함께 의약품 안전관리의 중요성도 부각되면서 제약업계는 식약처 승격을 조심스럽게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처 승격은 첫 해부터 사고의 연속이었다. 타이레놀, 웨일즈제약 사태 등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식약처는 내년도 최우선 과제를 스스로 떠안게 됐다.
또 제약업계는 올해도 리베이트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연초부터 잇따라 적발된 리베이트 사건으로 충격을 주더니 동아제약과 의료계가 리베이트로 인한 갈등 국면을 맞았다. 더욱이 지난 10월에는 대웅제약이 정부의 리베이트 합동수사반에 덜미를 잡히며 압수수색을 당해 '제약업계=리베이트'라는 꼬리표를 올해도 떼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올해 제약업계는 도매업계와도 충돌했다. 유통마진을 놓고 한국의약품도매협회와 갈등이 깊어졌는데 특히 도매협회에 마진을 최대 6.5%까지 주겠다고 맞선 한독과 도매업계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독과 도매협회는 일단 8.3%로 합의했지만 내년에도 유통마진으로 인한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의 시련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정부의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재시행으로 논란이 빚어진 사건이다. 지난해 일괄 약가인하로 제도 시행이 2년간 유예됐고 문형표 신임 복지부 장관도 한국제약협회를 방문해 관련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 하지만 문 장관이 제도 재시행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제약협회 이사장단은 일괄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외에도 정부가 사용량-약가연동제 등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해 제약업계를 놀라게 했으며 지난 4월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자신의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회사를 해외 제약사에 매각하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또 제약업계에 큰 업적을 남긴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이 별세했다는 비보가 전해지기도 했다.
◆내년에는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좋은 소식보다 안 좋은 소식이 많았지만 제약업계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우선 앞서 말한대로 정부에 최소한의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7대 제약강국을 표방하며 발표한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이 그 주인공으로 제약업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 방안을 발표한 만큼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상위 제약사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괄 약가인하 이후 반토막났던 영업이익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더욱이 지난 3월에는 동아제약, 10월에는 종근당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마쳤다. 또 내년 초에는 일동제약까지 지주회사로 전환돼 총 7개의 제약사가 지주회사 시대를 열고 해외 진출과 사업 다각화를 통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정이 토종 신약으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으며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지난 6월 유럽 EMA의 허가를 받음에 따라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렇듯 제약업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날기 위한 날개짓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에는 제약업계가 날아오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