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 안으로 착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격변이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세계 금융시장은 양적완화 축소 우려 소식에 일제히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1990선이 맥없이 붕괴됐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12% 내린 1986.8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세를 보이는 탓이다. 세계 주요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간밤 뉴욕증시를 비롯해 독일증시 1.90%, 프랑스증시 2.65% 모두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로 시장 유동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져 당분간 시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가 길게 이어지려면 자산매입 축소 시점이 내년 중반 이후로 늦춰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수개월 내에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증시에도 과도기적인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제 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양적완화 축소가 다음 달부터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분간 국채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신흥국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속에 미 연준은 수 개월 이내에 양적완화 축소를 실시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기·고용 상황이 연준 목표치에 부합하면 언제라도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내년 3월에 시작되고, 첫 자산매입 축소 규모는 월 150억달러가 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출구전략 예상 경로를 ▲자산매입 축소와 중단 ▲금리 인상 ▲보유자산 매각 등의 순서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유럽중앙은행 등도 대응책 마련 부심
전세계 중앙은행도 '자국 통화가치 낮추기'에 돌입했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발표하면서 유럽 여러나라들의 통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나섰다. 중국 역시 환율 변동폭을 늘리고, 자본흐름 자유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나올 때마다 외환시장과 증시가 요동친 인도네시아는 대책 마련에 더욱 적극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궁에서 경제장관 회의를 열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세계 경제 상황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통화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인도 '루피화'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인 루피아화의 환율 안정을 위해 이달 정례의사회에서 7.5%인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비은행 금융협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증권·카드사 등 국내 금융부문의 수익 기반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총재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금리 인상시 증권사, 카드사의 수익성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취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민지기자 minji@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