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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 산책]소인국 릴리퍼트의 비극

▲ 김민웅 인문학산책



'소인(小人)'이라는 말과 '소인배(小人輩)'라는 말은 그 격이 다르다. 하나는 자신을 낮춰 겸양의 예를 갖추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 좁고 생각 얕은 자에 대한 경멸이 담겨 있다.

'소인'이라는 말을 하인이 쓰면, 이를 줄인 '쇤'과 아무개의 집이나 위치를 가리키는 '네'가 붙어 '쇤네'가 되었다. 이건 겸손의 자세를 뜻하기보다는, 신분차별이 존재했던 시대에 하층민의 자존감을 박탈하는 폭력의 산물이었다.

유교윤리를 일상의 습성으로 익히며 살았던 이들은 자신을 '소인'이라고 말하는 경우일지라도, '대인(大人)의 풍모'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대인이라는 글자 옆에는 무리를 뜻하는 '배(輩)'자가 붙지 않는다. 몽골의 제왕 '칸'도 '크다'는 뜻에서 나왔고, '누루하치'도 누리(누루)를 다스리는 큰(하) 지도자(치)라는 의미이다.

18세기 초, 영국의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는 일종의 판타지 소설인데, 실제로는 소인국 릴리퍼트와 거인국 브롭당나그를 등장시켜 영국 정치를 풍자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릴리퍼트의 경우만 보자면, 구두 굽을 높게 하는 자들과 낮게 하는 자들이 서로 양편으로 갈려 정파싸움을 벌였고, 이웃 소인국과 전쟁을 하게 되는 이유라는 것도 달걀을 어느 쪽에서부터 깨먹는 것이 올바른가를 놓고 견해가 갈라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 곳곳에는, 이렇게 별 시시껄렁한 걸 가지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려는 이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풍자가 널려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러한 소인배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인국에 표류한 걸리버가 눈을 떠보니 자신의 온 몸이 포박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 장면은 그런 상황을 보여준다.

고귀한 이상과 남다른 안목,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도 소인배들이 이런 사람들을 밧줄로 꽁꽁 묶어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소인국 릴리퍼트가 되고 만다. 이 나라를 지키는데 여러 기여를 했던 걸리버는 금전 그리고 여자 문제와 관련한 악의적인 모함과 음모에 걸려 반역죄로 처벌될 위기에 처했다가 결국 탈출하게 된다.

어떤 곳이든, 대인의 풍모를 갖춘 이가 지도자의 자리에 있지 않으면 고통과 혼란을 겪게 된다. 속 좁은 소인배들이 판을 치는 곳에서는 백성들이 지도자에게 '쇤네'라고 아뢰지 않으면 예기치 않던 고초를 겪을 수도 있다. 릴리퍼트를 닮은 나라, 찾기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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