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씨가 자신이 만든 3D 프린터(크리에이터블 원)로 출력된 결과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꿈꿨던 고산(37)씨가 벤처인으로 변신했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3D 프린터 사업에 도전했다.
고산 대표가 설립한 3D 프린터 업체인 크리에이터블랩스(Creatable Labs)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킨텍스에서 론칭행사를 열고 조만간 신제품인 '크리에이터블 1'을 출시할 예정이다.
3D 프린터는 물건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에 비견될 정도로 산업계의 거대한 새 물결로 여겨진다.
최근 외신을 통해 건물 설계를 3D 프린터에 입력하면 프린터 기계가 알아서 시멘트를 바르며 건물을 완성해가는 놀라운 광경이 전해지기도 했다. 생명체의 조직 세포를 쌓아서 장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꼭 맞는 조직을 생성하는 바이오프린터 기술도 첨단 3D 프린터 영역에 속한다.
고 대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고가의 제품이었던 3D 프린터가 이제 가정용 데스크톱 제품으로 양산될 만큼 보편화됐다"며 "3D 프린터와 같이 산업 제조방식이 디지털화되면서 제조 창업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으므로 이 기술을 서둘러 국내에 도입해 한국의 제조 창업 활성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크리에이터블랩스는 100만~200만원대의 보급형 3D 프린터 제품을 선보인다.
고 대표는 "3D 프린터로 복잡한 조형물에서부터 예술작품까지 누구나 손쉽게 물건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며 "과거 개인용 컴퓨터(PC)나 인터넷이 보급될 때처럼, 3D 프린터의 확산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씨가 자신이 만든 3D 프린터(크리에이터블 원)로 출력된 결과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스트라타시스 등의 업체가 선도하는 3D 프린터 시장은 중국의 저가 제품이 바짝 추격하고 나서는 등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블랩스의 구성원도 독특하다. 미국 영화사인 루카스필름의 3D 그래픽 작업 담당자를 포함, 미 화학업체의 반도체 공정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의 인재가 합류했다. 고 대표가 2011년 2월부터 2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창업지원기관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통해 모인 인재들도 함께 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메카인 종로구 세운상가에 둥지를 튼 점도 한국 제조업 벤처의 활성화를 위한 고 대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고 대표는 "세운상가는 한국 제조 창업에서 상징적인 장소"라며 "아직도 제조업 쪽의 각종 기반시설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이를 사양화하지 말고 산업역군 선배와 미래의 후배를 연결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블랩스는 한국인의 폭넓은 창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일본 도쿄·인도네시아 자카르다·중국 상하이 등을 돌며 전 세계 한인 동포를 대상으로 한 창업대회도 연다. 올해로 3년째인 이 대회의 이번 1~3등 수상자는 한국에 초청해 다시 한번 우승자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