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설립된 지 15년밖에 안된 구글은 한국의 긴 창조 역사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IT 거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한글 홍보 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구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세계 속 한국문화의 융성'이란 주제로 협력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11년 맺은 '문화 및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서' 이행을 점검하고 추후 계획을 밝혔다. 2년 사이 유튜브에는 K-팝 채널이 신설되고, 우리나라 고전 영화 80편의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되는 성과가 있었다.

유진룡 장관은 "세계적 포털 구글을 발판 삼아 한글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겠다"면서 "내년 정식 개관 예정인 국립한글박물관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국립한글박물관에 '한글 배움터'와 '어린이 교육 체험실' 등을 개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온라인에도 한글 박물관을 따로 신설한다. '구글 문화연구원'의 '역사적 순간' 섹션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제공하는 한국 고전 영화, 한복, 한옥 이미지와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구글의 한국 문화 콘텐츠 확대에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함께 슈미트 회장의 한글 애착이 있다.

슈미트 회장은 "600여 년 전에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독자적 문자를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며, 과학적인 한글이 한국을 디지털 강국으로 만든 주요 요인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 "한글뿐 아니라 한옥,한복 등 한국의 우수 콘텐츠가 구글이란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널리 퍼지길 바란다"면서 싸이의 사례를 들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최근 18억 뷰를 돌파했다. 그는 지난해 싸이를 직접 만나 말춤을 배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슈미트 회장의 한글 애착 행보에는 우리나라가 구글 주요 매출국이란 배경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되며 양사간 엔지니어링 업무 제휴 사례도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이날 오후 구글 국제 컨퍼런스 '빅 텐트 2013'에 참석한 슈미트 회장은 우리나라의 IT발전에 대해 "한국은 한글과 K-팝 등 창의적 문화를 선도한다"면서 "다만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고 경직된 상하관계를 완화해야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슈미트 회장은 31일 오전 11시 서울대에서 대학생 대상 '미래에 무엇이 올 것인가' 강연을 끝으로 주요 대외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